국내 제지업체가 독자기술로 개발한 100% 썩는 친환경 비닐봉투가 해외에 첫 수출된다.

포장박스에 쓰이는 백판지 및 친환경 제품 개발회사인 한창제지(대표 김종선)는 땅속에서 썩는 생분해성 수지로 만든 친환경 비닐봉투와 쇼핑백 30만장을 미국의 친환경 상품 공급업체에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4일 밝혔다.

이 봉투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PLA와 석유에서 뽑아낸 AP를 적절한 비율로 배합해 만든 생분해성 수지(상품명 N2282)로 만들었다. 한창제지 관계사인 엠피아이(대표 심재호)와 공동 개발한 이 수지는 지난해 8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땅속에 묻으면 통상 180일 이내 90% 이상 분해된다'는 시험 인증으로 환경마크를 받았다. 회사 측은 미국과 독일에도 규격 인증을 신청해 놨다.

친환경 봉투는 롤백 형태(폭 40㎝×길이 20m)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비닐봉투(저밀도 폴리에틸렌이 주원료)에 비해 약 3.5배 정도 비싼 편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공급은 시장테스트를 위한 초기 물량으로 이달 17일께 첫 납품한다"며 "향후 추가 공급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자연에 무해한 썩는 봉투는 세계적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사용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 프랑스는 모든 봉투를 생분해 수지를 사용한 제품으로 전량 대체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입법 추진을 했다. 이탈리아도 봉투업체들이 연합해 순차적으로 기존 봉투의 사용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제품은 유럽의 대표적인 친환경 봉투 생산업체인 독일 바이오텍의 제품에 비해 품질은 더 우수한데 가격은 70% 선으로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봉투의 유통기한이 자연 상태에서 최장 1년까지 사용할 수 있어 유럽산 6개월에 비해 두 배 정도 길다.

한편 한창제지는 2007년부터 1회용 종이컵 등 친환경상품 사업에 뛰어들어 작년 하반기부터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친환경 상품분야 매출이 10억원 정도에 그쳤으나 올해는 100억원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