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속철도 'Made in China'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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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ㆍ중남미서 속속 수주…후진타오까지 나서 세일즈
브라질선 韓ㆍ日과 경쟁도
브라질선 韓ㆍ日과 경쟁도
중국이 중동과 중남미에서 고속철도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한국보다 4년 늦은 지난해 본격적인 고속철도 시대를 연 중국이 해외에서는 한 발 앞서고 있는 셈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발로 뛰며 해외 수주를 돕는 등 정상외교까지 동원한 결과다. 경기부양을 타고 세계 고속철도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데서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이다.
◆고속철도도 메이드인 차이나
중국철도공정총공사는 베네수엘라에서 발주된 75억달러 규모의 고속철도 공사 중 일부를 외국 기업으로는 처음 수주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4일 보도했다. 중국이 지난 2월 프랑스 알스톰과 합작한 컨소시엄을 통해 메카와 메디나를 잇는 60억달러 규모 고속철도 사업 중 1단계 사업(18억달러)을 따낸 데 이어 두 번째 해외 고속철도 수주다.
이번 베네수엘라 프로젝트는 총 471.5㎞ 구간에 고속철도를 까는 사업으로 중국의 해외 진출 철도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인 동시에 석유 관련 시설을 제외하곤 베네수엘라 최대 프로젝트라고 중국철도공정총공사 측은 밝혔다. 중국철도공정총공사의 모회사로 베네수엘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중국철도의 리잔셍 재무담당관은 "이번 1차 수주로 사실상 전 공정을 모두 맡게 될 것"이라며 "베네수엘라 공사가 잘 진행되면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 중인 브라질에서도 중국산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에서는 200억달러를 들여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를 잇는 고속철도 사업을 추진 중으로 이 프로젝트에는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까지 수주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중국은 미국이 경기부양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고속철도 사업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고속철도 기술을 수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21세기경제보도가 최근 전했다. 미국은 경기부양 예산에 80억달러를 배정해 로스앤젤레스(LA)와 라스베이거스를 잇는 노선 등 6개 고속철도 노선 건설을 추진 중이다. 150년 전 중국인 이민자들은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 건설에 노동자로 참여했지만 이젠 중국이 미국에 고속철도 기술을 수출하는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정상외교와 외환보유액으로 지원사격
중국의 사우디 고속철도 사업 수주는 후진타오 주석이 사우디를 순방한 때에 맞춰 이뤄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도 연초 브라질 방문 때 중국의 고속철도 수주를 물밑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철도부 관계자는 "작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30여개국의 국가지도자들이 톈진과 베이징을 잇는 고속철도를 시찰했다"며 "특히 미국과 브라질 인도가 중국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지도자들이 모인 올림픽 개막에 맞춰 첫 고속철도로 평가받는 톈진~베이징 고속철도를 완공했다. 고속철도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여서 정상들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도 미국에서 처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할 때 '신칸센 판매 외교'를 펼친 바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2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도 고속철도 사업 수주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도국의 인프라 사업을 지원하는 명목으로 자금을 대주면서 중국 기술을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에 몰려 있던 고속철도 시장이 러시아 베트남 중동 중남미 등지로 다변화되면서 중국의 행보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오광진 기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