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글로벌 MBA 학생들 "극한상황서 희생의 리더십 뼈에 새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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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른, 연세대 글로벌 MBA 학생들
"해발 3000m에 이르렀을 때 한 명이 고산증으로 더 이상 산을 오를 수 없는 상황이었죠.이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번갈아 나서 그 학생의 배낭을 짊어지고 함께 기어코 정상을 밟았습니다. 극한상황에서 희생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될 수 있는지 체험으로 터득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최근 연세대 경영연구소에서 만난 학생들은 모두 뿌듯한 성취감으로 가슴 벅차 있었다. 여성의류 디자인 업체인 IFC의 김미아 대표 등 글로벌 MBA과정을 밟고 있는 이들은 서길수 연세대 MBA 부원장과 함께 얼마전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인 킬리만자로(5895m) 정상에 연세대 MBA 깃발을 꽂고 돌아온 것.기업체 대표 등이 주축을 이룬 학생 전원이 정상 정복에 성공한 데다 등반 도중 매일 사업계획을 짜고 리더십을 시연해 보이는 등 MBA 과정까지 병행해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병대 출신이지만 이번 등반이 2년간의 군생활보다도 힘들었다"는 홍양우씨는 "정상만 바라보며 올라갔다면 끝까지 못 갔을 것"이라며 "인생도 역시 그 끝을 알 순 없지만 열심히 한발씩 내딛는 게 삶의 묘미인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홍씨는 "모두의 체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단순한 등정에 그치지 않고 등반 도중 15명을 세 팀으로 나눠 각 팀의 구성원들이 번갈아가며 하루씩 리더를 맡아 팀을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그날의 리더는 아침 미팅을 주관하고 팀의 등반 속도를 조절하는 등 정상 정복이란 목표 달성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우승우씨는 "조직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는 거시적인 안목을 기를 수 있었다"며 "조직 내 리더로서 의사결정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매일 저녁 하루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마다 하루의 힘들었던 순간들을 함께 얘기하며 엉엉 울기까지 했다"는 우씨는 "이번 등반으로 한계를 극복한 것은 물론 공동의 목표를 위해 조직이 어떻게 한계를 극복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해발 4000m에 오르자 주위에 풀 한 포기 없어 여성으로서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게 무엇보다 힘들어 나중엔 별로 가리지도 않았다"고 말한 뒤 "이번 등반을 통해 위기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희생의 리더십임을 배웠다"며 웃었다.
'연대 MBA 킬리만자로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조직행동론' 수업 중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해 학교 측에 제안함으로써 이뤄졌다. 첫 기획 단계부터 장기적 프로그램화를 목표로 했다는 학생들은 앞으로 참가를 원하는 후배들을 위해 '아웃도어 리더십양성 프로그램'을 매뉴얼로 제작할 계획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