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메이커들의 '외도'…'붕붕카'에서 '커피머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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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체'들을 더 이상 자동차만을 만드는 회사로만 봐야 할까. 일부 업체에서는 의류, 완구나 잡화, 생활용품 등을 만들기도, 시계, 만년필 등 고가의 '명품'을 내놓기도 한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 유럽 자동차업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 같은 '외도'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는 사업 초기의 의도에서 한 발 나아가 자체적인 수익사업으로 진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럭셔리카' 명성 타고 '명품' 반열 오르기도
이탈리아의 고급 스포츠카 '페라리'의 상징은 '페라리 레드'로 불리는 붉은 색이다.하지만 페라리 레드는 이미 일상복에서도 볼 수 있게 된 지 오래다.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제품 외에도 스포츠브랜드 '퓨마'와 손잡고 신발, 운동복 등을 내놓기도 한다.
'페라리 향수'도 있다.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층을 겨냥해 내놓은 상품이다. 향수병은 페라리 자동차만의 유선형 외관을 모티브로 제작했다. 붉은색 스프레이 병마개는 페라리 특유의 빨간 시동버튼에서 착안한 것. 병따개, 와인마개 같은 생활용품이나 키홀더 같은 작은 소품도 페라리의 '도약하는 말' 로고를 달고 판매되고 있다.
슈퍼카 생산업체로 유명한 이탈리아 람보르기니는 의류사업은 물론, 대만 컴퓨터업체 아수스(ASUS)와 손잡고 자사의 로고를 단 노트북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006년부터 출시된 노트북 '람보르기니 VX 시리즈'는 비슷한 사양의 모델보다 가격이 갑절은 비싸다.그런데도 한정된 수량 탓에 매진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외관에 칠해지는 도료는 람보르기니 자동차에 쓰이는 것과 같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스위스 명품 시계업체 '태그호이어'와 함께 내놓은 'SLR 크로노그래프'는 400만원에 달하는 몸값을 자랑한다. 벤츠의 '슈퍼카'인 SLR 맥라렌의 디자인을 접목했다. 3500개만 한정 제작됐다.
최고시속 337㎞의 'SLR 722 에디션'에서 영감을 얻어 티타늄 소재의 베젤과 타키미터(속도 측정을 위한 눈금표기), 빨간색 초침을 채택했다. 크로노그래프(스톱워치 기능)를 위한 푸시버튼은 SLR의 변속기어를 연상케 한다.
포르쉐디자인이 선보이는 시계, 만년필 등은 '명품'에 속한다. 이 회사가 내놓는 제품영역을 보면 포르쉐자동차의 그늘 아래 있기는커녕, 완전히 독립된 산업 디자인 업체로 봐도 무방하다. 커피머신 등 주방용품부터 펜, 신발, 시계에 휴대폰까지 내놓는다.
모든 제품이 상당한 고가에 팔리고 있지만 반응은 좋다. 이 회사 특유의 단순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평가받으며 '레드닷 어워드' 등 쟁쟁한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그 외 BMW, 아우디, 푸조 등 유럽차 메이커들도 자체 의류 컬렉션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들이 내놓는 의류는 과거의 남성용 레이싱복 위주에서 벗어나 여성용, 아동용 일상복으로 범위를 넓혔다. 일부 제품들은 독창적인 디자인과 실용성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BMW의 의류·생활용품 브랜드인 BMW라이프스타일이 내놓는 여성복들은 한 벌당 5~10만원 안팎의 가격에 '명품차의 이미지를 입는다'는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어린이용 전동차 'BMW vs 현대·기아'
지난 1990년 국내에 방송된 멕시코 인기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에 등장했던 '어린이용 자동차'는 당시 어린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새침떼기' 여주인공 마리아 호아키나를 옆에 태우고 유치원을 향해 달리는 상상을 했던 이들도 적지 않았을 터. 3~7세 사이의 자녀를 둔 요즘 부모들은 이러한 꿈을 이뤄줄 수 있다.
BMW의 '어린이용 자동차'는 단순히 장난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각종 부품의 설계에도 실제 차량의 구조를 기반으로 삼았다.
특히 '키즈 콜렉션' 라인 중 최고가인 'M6 컨버터블 일렉트릭'은 고급 스포츠세단 M6의 실제 모델과 최대한 흡사하게 만들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진품' M시리즈의 앞·뒷범퍼를 재현했으며 속도계까지 부착됐다. 문짝은 없고 그냥 올라타면 되는 1인승이다. 이름은 '컨버터블(지붕개폐형)'이지만 지붕이 닫히진 않는다.
차량 내부를 보면 더욱 놀랍다. 이 '차'는 BMW의 자동차용 특허기술인 전자구동시스템을 갖췄다. 전자토크 제어방식을 채택했고 기어는 전·후진 2단이다. 안전성 강화를 위해 이중 브레이크를 채택했다. 경적도 울릴 수 있다. 중량은 17kg에 육박한다. 최고시속은 8km로 어지간한 성인 남자의 보행 속도인 4~6km/h보다 빠르다.
무엇보다도 휘발유 한 방울도 들지 않는 '친환경 전기차'다. 다만 탑재된 6V짜리 전지의 충전에는 약 15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구동시간은 1시간 30분 남짓이라는 게 아쉽다. 가격은 84만7000원으로 웬만한 저가형 스쿠터에 육박한다.
이 차를 생산, 판매하는 BMW라이프스타일의 한국 공식딜러 리베로시스템은 "전동차 및 수동으로 움직이는 승용완구는 모두 합해 월 평균 70개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며 "주 고객층은 3~8살 사이의 자녀를 둔 20~30대 젊은 부부"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자동차도 어린이용 전동차를 출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서울시와 함께 어린이 교통안전 체험관인 '키즈오토파크'를 개관했다. 이곳에서 '주행 교육'용으로 운행되고 있는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와 '박스카' 쏘울의 어린이용 모델은 반응이 좋아 '양산형'이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이 차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곳은 외주업체인 새싹완구지만 현대기아차는 이 차의 제작과정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실제 차량의 차체 비율을 측정해 정확히 적용했으며 재질에도 신경을 써 높은 완성도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쿠페와 쏘울 두 모델의 '제원'은 비슷하다. 최고시속은 4~5km이며 무게는 15kg 정도다. 탑재된 6V 전지의 충전시간은 12시간, 구동시간은 2~3시간이다. 특이할 사항은 안전을 위해 부모들이 차량을 조종할 수 있는 리모컨이 제공된다는 점. 가격은 48만원 선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럭셔리카' 명성 타고 '명품' 반열 오르기도
이탈리아의 고급 스포츠카 '페라리'의 상징은 '페라리 레드'로 불리는 붉은 색이다.하지만 페라리 레드는 이미 일상복에서도 볼 수 있게 된 지 오래다.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제품 외에도 스포츠브랜드 '퓨마'와 손잡고 신발, 운동복 등을 내놓기도 한다.
'페라리 향수'도 있다.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층을 겨냥해 내놓은 상품이다. 향수병은 페라리 자동차만의 유선형 외관을 모티브로 제작했다. 붉은색 스프레이 병마개는 페라리 특유의 빨간 시동버튼에서 착안한 것. 병따개, 와인마개 같은 생활용품이나 키홀더 같은 작은 소품도 페라리의 '도약하는 말' 로고를 달고 판매되고 있다.
슈퍼카 생산업체로 유명한 이탈리아 람보르기니는 의류사업은 물론, 대만 컴퓨터업체 아수스(ASUS)와 손잡고 자사의 로고를 단 노트북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006년부터 출시된 노트북 '람보르기니 VX 시리즈'는 비슷한 사양의 모델보다 가격이 갑절은 비싸다.그런데도 한정된 수량 탓에 매진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외관에 칠해지는 도료는 람보르기니 자동차에 쓰이는 것과 같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스위스 명품 시계업체 '태그호이어'와 함께 내놓은 'SLR 크로노그래프'는 400만원에 달하는 몸값을 자랑한다. 벤츠의 '슈퍼카'인 SLR 맥라렌의 디자인을 접목했다. 3500개만 한정 제작됐다.
최고시속 337㎞의 'SLR 722 에디션'에서 영감을 얻어 티타늄 소재의 베젤과 타키미터(속도 측정을 위한 눈금표기), 빨간색 초침을 채택했다. 크로노그래프(스톱워치 기능)를 위한 푸시버튼은 SLR의 변속기어를 연상케 한다.
포르쉐디자인이 선보이는 시계, 만년필 등은 '명품'에 속한다. 이 회사가 내놓는 제품영역을 보면 포르쉐자동차의 그늘 아래 있기는커녕, 완전히 독립된 산업 디자인 업체로 봐도 무방하다. 커피머신 등 주방용품부터 펜, 신발, 시계에 휴대폰까지 내놓는다.
모든 제품이 상당한 고가에 팔리고 있지만 반응은 좋다. 이 회사 특유의 단순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평가받으며 '레드닷 어워드' 등 쟁쟁한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그 외 BMW, 아우디, 푸조 등 유럽차 메이커들도 자체 의류 컬렉션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들이 내놓는 의류는 과거의 남성용 레이싱복 위주에서 벗어나 여성용, 아동용 일상복으로 범위를 넓혔다. 일부 제품들은 독창적인 디자인과 실용성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BMW의 의류·생활용품 브랜드인 BMW라이프스타일이 내놓는 여성복들은 한 벌당 5~10만원 안팎의 가격에 '명품차의 이미지를 입는다'는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어린이용 전동차 'BMW vs 현대·기아'
지난 1990년 국내에 방송된 멕시코 인기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에 등장했던 '어린이용 자동차'는 당시 어린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새침떼기' 여주인공 마리아 호아키나를 옆에 태우고 유치원을 향해 달리는 상상을 했던 이들도 적지 않았을 터. 3~7세 사이의 자녀를 둔 요즘 부모들은 이러한 꿈을 이뤄줄 수 있다.
BMW의 '어린이용 자동차'는 단순히 장난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각종 부품의 설계에도 실제 차량의 구조를 기반으로 삼았다.
특히 '키즈 콜렉션' 라인 중 최고가인 'M6 컨버터블 일렉트릭'은 고급 스포츠세단 M6의 실제 모델과 최대한 흡사하게 만들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진품' M시리즈의 앞·뒷범퍼를 재현했으며 속도계까지 부착됐다. 문짝은 없고 그냥 올라타면 되는 1인승이다. 이름은 '컨버터블(지붕개폐형)'이지만 지붕이 닫히진 않는다.
차량 내부를 보면 더욱 놀랍다. 이 '차'는 BMW의 자동차용 특허기술인 전자구동시스템을 갖췄다. 전자토크 제어방식을 채택했고 기어는 전·후진 2단이다. 안전성 강화를 위해 이중 브레이크를 채택했다. 경적도 울릴 수 있다. 중량은 17kg에 육박한다. 최고시속은 8km로 어지간한 성인 남자의 보행 속도인 4~6km/h보다 빠르다.
무엇보다도 휘발유 한 방울도 들지 않는 '친환경 전기차'다. 다만 탑재된 6V짜리 전지의 충전에는 약 15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구동시간은 1시간 30분 남짓이라는 게 아쉽다. 가격은 84만7000원으로 웬만한 저가형 스쿠터에 육박한다.
이 차를 생산, 판매하는 BMW라이프스타일의 한국 공식딜러 리베로시스템은 "전동차 및 수동으로 움직이는 승용완구는 모두 합해 월 평균 70개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며 "주 고객층은 3~8살 사이의 자녀를 둔 20~30대 젊은 부부"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자동차도 어린이용 전동차를 출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서울시와 함께 어린이 교통안전 체험관인 '키즈오토파크'를 개관했다. 이곳에서 '주행 교육'용으로 운행되고 있는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와 '박스카' 쏘울의 어린이용 모델은 반응이 좋아 '양산형'이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이 차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곳은 외주업체인 새싹완구지만 현대기아차는 이 차의 제작과정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실제 차량의 차체 비율을 측정해 정확히 적용했으며 재질에도 신경을 써 높은 완성도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쿠페와 쏘울 두 모델의 '제원'은 비슷하다. 최고시속은 4~5km이며 무게는 15kg 정도다. 탑재된 6V 전지의 충전시간은 12시간, 구동시간은 2~3시간이다. 특이할 사항은 안전을 위해 부모들이 차량을 조종할 수 있는 리모컨이 제공된다는 점. 가격은 48만원 선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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