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메릴 스트립)과 헬렌(골디 혼)은 어렸을 때부터 앙숙이다. 헬렌은 약혼자 멘빌(브루스 윌리스)이 뮤지컬 배우인 매들린에게 반해 자신을 배신하고 그와 결혼하자 충격으로 뚱뚱해져 병원에 입원한다. 7년 후 헬렌은 몰라보게 젊고 예쁜 모습으로 나타나 멘빌을 유혹한다.

고민하던 매들린은 신비의 여인에게 거액을 주고 묘약을 사서 마신다. 피부는 탱탱해지고 처졌던 가슴은 올라가고 주름은 사라진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매들린과 헬렌은 계단에서 구르고 총을 맞아도 죽지 않는다. 둘은 약을 안먹은 멘빌의 장례식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할리우드의 1992년 작 '죽어야 사는 여자'의 내용이다. 영화는 불로장생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고 얘기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외모도 경쟁력이라고 부추기는 세상도 세상이요,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누구나 기왕이면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고 싶어하는 까닭이다.

다른 건 몰라도 피부만은 깨끗하기를 바란다. 예민한 10대부터 취업이나 결혼을 앞둔 젊은층,거울 보기 두려운 중년층 할 것 없이 뽀얀 피부를 갖고자 애쓴다. 그러니 칙칙한 피부가 맑고 환해진다,기미와 여드름 흉터, 모공과 잔주름까지 사라진다는데 혹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다.

피부에 좋다는 시술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 이름도 IPL(Intense Pulsed Light)부터 프락셀레이저,폴라리스리프트,테너리프트,루메니스원 등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가장 널리 쓰이는 건 박피술.피부를 깎거나 태워 새살이 돋게 하는 것으로 기계적 · 화학적 · 레이저 박피로 나뉜다.

문제는 깊이라고 한다. 심부박피의 경우 효과가 괜찮을 수 있지만 피부가 재생이 안되거나 울퉁불퉁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기미 등을 없애려 심부박피술을 받은 여성들이 심한 화상과 안면장애에 시달린다는 보도는 안타까움을 넘어 시술의사들에 대한 분노를 자아낸다.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피부관리 역시 힘 안들이고 손쉽게 효과를 보는 방법은 없다. 박피를 하면 잠시 깨끗해진 듯했다가 곧 원래대로 돌아가거나 오히려 더 나빠지는 일도 적지 않다. 중요한 건 시술보다 꾸준한 손질과 운동,식습관 개선이다. 연예인 얼굴이나 선전문구만 보고 하루아침에 아기같은 피부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다간 실망을 넘어 후회하기 십상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