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에이서가 다시 한국시장에 돌아온다. 과거 삼성 LG의 등쌀에 못 이겨 떠난 지 8년 만의 재도전이다. 그동안 세계 3위 PC 업체,세계 1위 넷북(미니노트북) 업체로 훌쩍 커버린 에이서의 재상륙에 국내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에이서는 6일 넷북을 포함한 노트북PC를 다음 달부터 국내 홈쇼핑 채널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20일에는 한국 시장 진출과 관련한 설명회도 가질 예정이다. 에이서는 국내에서 두고테크를 독점 총판으로 선정,제품을 공급한다. 일본지사가 당분간 국내 판매를 총괄하며 한국지사 설립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할 계획이다.

본사가 관리하는 전문 애프터서비스망도 구축한다. 이희원 에이서 한국총괄 매니저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없도록 서비스센터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한글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0월부터는 데스크톱PC,모니터,프로젝터 등의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에이서는 1996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국내 PC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2001년 철수했다. 에이서 관계자는 "당시에는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형태가 아니었고 한국에서 개인이 판매권을 얻어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이었다"며 "이제는 제품 인지도나 브랜드 위상이 크게 높아진 만큼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에이서의 진출 소식에 잔뜩 경계감을 표시하고 있다. 에이서는 전 세계 넷북 시장에서 3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1위 업체로,이미 국내에 진출한 아수스 MSI 등의 대만 회사들과 달리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서가 시장 진입 초기에 낮은 가격과 세련된 디자인 등을 내세워 국내 넷북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에서 1976년 설립된 에이서는 1997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모바일PC 부문을 인수하며 세계 노트북PC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왔다. 이후 2007년 미국의 게이트웨이,네덜란드의 패커드벨을 사들이는 등 사업을 크게 확대했다. 업계에선 에이서가 1~2년 내에 델을 제치고 PC 시장 2위로 뛰어오를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