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는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 최후로 선택하는 카드이다. 선진국에선 기업들이 경영난에 처할 경우 노조와 협상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정리해고에 나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정리해고는 쉽지 않다. 노조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정리해고를 한 많은 기업이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쌍용자동차 노조는 974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회사 측의 방침에 반발해 77일간 옥쇄파업을 벌였다. 경영난에 빠지자 노사 합의로 2만명이 넘는 근로자를 해고하고 14개 공장을 폐쇄한 미국 GM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정리해고에 대해 노조의 반발이 거셀까. 노동전문가들은 이념화되고 정치화된 노동운동 행태를 첫 번째 요인으로 꼽는다.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표출되는 사업장에는 어김없이 민주노총,민주노동당,진보단체 등 외부세력들이 개입해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다.

지난 2004년 경영상 어려움을 겪던 코오롱은 근로자 509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한 뒤 민주노총의 개입으로 노조가 64일간 파업을 벌였다. 이 회사 김홍렬 노조위원장은 "장기간 극렬 투쟁을 벌이는 것은 민주노총의 투쟁지침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상급단체의 투쟁지침 때문에 노조가 타협을 외면하고 극렬투쟁을 벌이다 망한 기업도 있다. 한국합섬(HK)은 2006년 1월 372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고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다. 하지만 노조가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강경투쟁을 벌여 결국 파산했고,880명 전 직원이 일터를 잃고 말았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이념으로 뭉친 노동운동가들은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정리해고를 해도 자본의 문제,신자유주의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며 "정리해고 문제를 이념적으로 접근하면 타협의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