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부산하다. 주말이 되어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숭어낚시를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통상 집사람들은 낚시동행을 하지 않지만 1년에 두 번 초등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가는 영종도 숭어낚시의 경우는 예외다. 집사람들이 가기 싫어해도'전시인원 및 물자 비상동원령'(?)을 발동해 강제 징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용할 물자들 즉 소주,과일,고기,음료수,담배 등을 준비토록 한다.

영종도 공항고속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북쪽 방파제로 빠져 나가는 나들목이 있다. 그곳 방파제에서는 숭어낚시가 5월부터 10월 사이에 잘되는데 약 4.5m 길이의 낚싯대에 숭어전용 바늘채비를 달고 가능한 한 멀리 바다 쪽으로 던져놓고 숭어가 물어 대 끝이 움직이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요령이다. 입질이 아주 예민하다. 숭어란 놈은 본래 정약전의 현산어보에서는'수어'라고 명명된 바다 고기로,발음 편의상 후에 숭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눈 색이 노란 놈은 '참숭어',눈이 하얀 놈은 '가숭어'라 부른다. 미끼 입맛이 고급이어서 값이 싼 일반 양식 갯지렁이는 잘 먹지 않고 꼭 강화도나 목포 개펄에서 잡은 자연산 참 갯지렁이만 먹는다. 이 미끼 한 통이 거의 골프 공 한 박스 값과 맞먹는다.

그런데 이 낚시에 집사람들과 같이 가는 이유가 있다. 영종도 숭어낚시의 경우 방파제에서 하므로 배 멀미할 염려가 없고 밀물,썰물 시간표에 따라 낚시 시간이 예측 가능하다. 낚시가 될 만한 시간에 남자들은 낚시를 하고,집사람들은 파라솔 아래에서 음식을 먹으며 집안 얘기며 아이들 얘기 등으로 정담을 나눈다. 그리고 숭어 입질이 잠잠해 질 시간이 되면 낚싯대를 거두고 둘러앉아 준비해 온 음식에 소주도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친구 중에 한 명이 능숙한 솜씨로 숭어 회를 떠서 소주 안주로 먹으면 어느 산해진미와도 견줄 수 없다. 동시에,이 시간에는 모든 종류의 대화가 용인된다. 남편에 대한 불평,시집식구들에 대한 불만 등 모든 반역적(?)인 발언이 가능하다. 그날은 집사람들이 남편과 시집식구들에 대해 그동안 쌓인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자리가 된다. 남편들의 가벼운 반론은 허용되나 분위기를 냉각시킬 수 있는 공격적인 반박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 이날의 발언들 때문에 부부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는 약속도 지켜야 한다.

낚시도 하고,얘기도 하다 보면 어느덧 영종도 서편 바다로 저녁 해가 진다. 모두가 방파제에 앉아 낙조를 바라본다. 지중해 산토리니 섬의 낙조가 아름답다 한들 소주로 불카해진 마음에 오래된 친구들,평생 동반자인 아내와 같이 바라보는 낙조보다야 아름다울 수 있으랴.모두가 점점 붉어져 가는 저녁 바다와 낙조를 보면서 오늘 하루의 의미와 가족,친구의 존재를 다시 한번 느껴본다.

손영기 GS파워 사장(연세대 겸임교수) ykson@gspow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