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한ㆍ베 문화교류센터 원장 "베트남서 17년 교육ㆍ의료봉사…한류 씨앗됐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휴가가 한창인 요즘 김영신 한베문화교류센터 원장은 서울 한양대병원의 좁은 병실을 지키고 있다. 베트남에서 치과 수술을 잘못 받아 언청이가 된 즈엉 득 탕이란 베트남 소년의 재수술을 위해서다. 탕은 올해 열여섯 살이지만 지난 6년간 제대로 먹지 못해 몸무게가 28㎏밖에 안 나간다. 그를 위해 김 원장은 벌써 한 달 보름째 병원생활을 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탕의 아버지(즈엉 꽝 중 · 45 · 농업)와 함께 지내야 해 불편이 더하다. "문화가 다른 성인 남녀가 샤워실을 공동 사용하고,속옷 빨래를 하면 널기도 민망해요. 하지만 아이에게 희망을 주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있겠어요. "
김 원장은 1994년 남편 심상준씨와 함께 베트남으로 건너가 17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류 1세대인 셈이다. "본의 아니게 우리나라가 베트남전에 뛰어들었고,많은 라이따이한을 남겨두고 돌아온 것에 대한 빚을 갚아보자는 생각이었어요. "
현지 정착 후 남편은 공부를 하고 김 원장은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당시엔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원이 없어 살던 집 거실을 오픈해 강의실로 만들었다. 베트남시장이 열리면서 현지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했다. 공부를 마친 남편은 하노이대 한국어과 교수로 재직하며 현지 언론에 한국 관련 글을 적극 실었다. 지금은 한베문화교류센터에 합류,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 베트남학회 한류위원장으로도 활동한다. "베트남에 처음 갔을 땐 한국인 가정이 10세대 정도에 불과했어요. 한국과 베트남이 지금처럼 가까워질 줄은 상상도 못했죠."
두 사람은 요즘 누구보다 바쁘게 한류를 전파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최초로 전국 규모의 한국어 · 베트남어 말하기 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 10월9일 한글날이 있는 주는 한국문화주간으로 정해 한국어 실력을 겨루는'도전 골든벨'을 열고,한국영화와 한국음식 등을 소개한다. "정말 축제분위기예요. 다들 너무 즐거워해요. " 이 밖에도 하노이대 등 현지 명문 3개 대학 한국어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8년째 한국어를 강의하고,대학생을 위한 한글신문 발행,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유치원 교사 지어주기,한 · 베 아동결연사업 등을 벌인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김 원장에게 가장 힘든 일은 재원 조달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베트남에 주재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 공관이나 관련 단체의 무관심이 가장 아쉬워요. 예를 들어 한 · 베트남어 말하기 대회를 열면 베트남 측에선 차관급 인사가 참석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아무도…." 김 원장은 말을 아꼈다.
그는 "한국의 도움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베트남 지도자로 성장하면 우리나라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살과 살을 맞대며 벌이는 민간외교관들과 협력하면 더 큰 결실을 거둘 수 있지 않겠느냐"며 현지 공관의 협조를 당부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