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인 송병배씨(55)는 올초 사업차 한국을 방문한 김에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 주식을 1000만원어치 샀다. 코스피지수가 1100선을 기록하면서 주가가 싸진 것도 주식을 사들인 이유였지만,무엇보다 원 · 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드는 등 당시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점이 주식을 매입한 가장 큰 배경이었다. 송씨는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지면 2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원화로 갖고 있는 것보다는 주식을 갖고 있으면 주가가 올랐을 때 시세차익도 덤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같은 송씨의 판단은 반년이 지난 지금 성공적인 투자로 평가된다. 지수는 1600선에 육박했고,환율은 1220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송씨 사례와는 반대 현상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에 나타나고 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해 원 · 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달러로 보유한 해외투자 가치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해외 주식이나 해외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도 진정되고 있는 데다 무역수지 흑자폭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이 해외에서 62조원가량의 선박 수주를 예고하고,삼성SDI와 LG화학의 경우에도 BMW와 GM 등에 자동차용 배터리를 독점 공급키로 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주가 잇따르면서 국내에 달러 공급이 늘 게 뻔해 이 같은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해외펀드를 계속 보유하고 싶다면 환헤지용으로 갈아타거나 환헤지용 펀드가 따로 없다면 판매사에 환헤지 계약을 맺는 편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헤지 여부에 따라 성과 엇갈려

78조원가량을 쏟아부은 해외펀드 투자자들에겐 연초만 해도 환헤지를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주가가 빠져도 그만큼 수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추세가 역전되고 있다.

펀드 관련 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으로 환헤지를 한 해외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27.62%를 기록한 반면,환노출형 해외펀드는 4.19% 수익을 냈다.

하지만 올 수익률은 환노출형 해외펀드가 12.76%에 그친 반면,환헤지형은 16.58%로 오히려 역전됐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23.50%(환헤지) 대 12.57%(환노출)로 거의 두 배나 차이날 만큼 벌어졌다.

개별펀드로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본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삼성당신을위한N재팬'펀드의 경우 1년 수익률은 환노출형이 -0.03%로 32.12%나 손실을 낸 환헤지형을 크게 앞섰으나,6개월 수익률은 환헤지형이 15.43%로 0.39% 손실을 낸 환노출형을 압도했다.

작년 말과 올초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반면 보유한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환헤지를 하지 않은 환노출형 펀드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분을 환차익으로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 3월부터는 원화 가치가 회복되면서 환노출형 펀드는 환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환헤지형으로 갈아타볼 만

전문가들은 이제 환노출형 펀드를 환매하고 환헤지형 펀드로 갈아타든지,따로 은행 등 판매사에서 펀드 환헤지 상품에 가입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원화가치가 달러 대비 강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년 원 · 달러 환율 전망치는 지금보다 120원가량 낮은 1100원이다. 2011년엔 이보다 더 떨어져 1050원으로 예상된다. 특히 엔이나 위안 등 다른 통화보다 원화 가치 상승세가 더욱 높을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에 달러화 대비 절상률은 중국 위안화가 2.6%,인도 루피와 브라질 헤알화가 각각 6.4%와 0.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원화는 10%가 넘을 전망이다. 달러화 대비 절상률은 달러화보다 해당 통화의 가치가 얼마나 오를 것인지를 뜻하는 것으로 원화가 중국 인도 브라질 통화보다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중국 인도 러시아 펀드의 대부분이 달러를 통해 환헤지를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거둔 환차익을 확보하고 환헤지형으로 갈아타는 게 낫다는 평가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팀장은 "해외펀드에 가입한 국내 개인들이 특정 국가 펀드에 집중 투자하는 경우가 많고 단기적인 변동성을 감내하지 않는 성향을 보인다"며 "특히 지금처럼 경기침체를 거치는 시기에는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해외펀드를 환헤지형으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헤지형 펀드의 경우 운용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들고 이 부분이 수익률 저하 요인이 되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특정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에 '몰빵'했거나 단기 투자목적이 아닌 투자자들은 무리하게 환헤지용으로 갈아타는 것보다 현재 보유한 대로 들고 있는 게 좋다는 지적도 있다. 또 해당 국가의 경제가 좋아진다는 의미에서 투자를 하는 것이라면 국가의 통화 가치도 궁극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한 지역에 투자하는 해외펀드가 아닌 여러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를 들었거나 여러 개의 해외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면 환율에 따른 효과는 서로 상쇄될 수 있다"며 "특히 장기 투자인 경우 환율은 적정선을 찾게 마련이므로 시장 상황에 따라 모든 펀드를 환노출형과 환헤지형으로 바꾸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