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는 분홍색,사내 아이는 하늘색.'

이제는 이런 스테레오 타입의 키즈 패션 공식에서 벗어날 때가 아닐까. 최근 할리우드 스타 2세들의 스타일이 주목 받고 있는 건 새삼스러운 뉴스가 아니다.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의 딸 수리 크루즈는 벌써부터 팬클럽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기네스 팰트로와 팝그룹 콜드 플레이의 리드 싱어 크리스 마틴의 아들 모세,데이비드 베컴과 빅토리아 베컴의 장남인 브루클린 등은 곧잘 파파라치들의 표적이 되기 일쑤다. 손꼽히는 패셔니스타를 부모로 둔 아이들의 스타일은 대중에게 그대로 노출됐고,이를 통해 키즈 패션의 질적,양적 팽창이 이뤄졌다.

이런 상황은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는 슈퍼맘들의 극성인 영향도 있겠지만 2007년부터 '디올 베이비''버버리 칠드런''아르마니 주니어' 등 명품 브랜드의 아동복 라인이 대거 국내에 상륙하면서 국내 아동 패션도 새시대를 맞고 있다.

◆패밀리 룩 스타일

'자카디'나 '드팜''봉쁘앙' 같은 전통 아동복 브랜드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키즈 스타일로 첫손 꼽히는 것은 패밀리 룩이다. 미국 국민 브랜드인 '갭' 매장에 가보면 그 옆에 반드시 '갭 키즈' 매장이 딸려있다. 이곳에서 파는 옷들은 대개 성인 사이즈를 그대로 줄여 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랄프 로렌 키즈''리바이스 키즈''닥스 키즈''빈폴 키즈' 등 아동복 라인을 운영하는 많은 브랜드에서 이 패밀리 룩을 모토로 삼고 있다. 프레피(Preppy · 아이비 스타일 캐주얼) 룩의 키즈 버전쯤으로 볼 수 있는 이런 브랜드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트렌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요즘에는 '자라 키즈''유니클로 키즈' 등 대형 SPA(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매력적인 가격과 믿을 만한 품질을 내세워 패밀리 룩 스타일의 강자로 등장하고 있다.

◆성인 미니어처 스타일

최근 키즈 패션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바로 성인 패션의 트렌드를 그대로 따른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1980년대 스타일이 득세하자 각진 어깨의 재킷과 스노 워싱된 데님들이 키즈 라인에서 출시되었고,현란한 프린트로 유명한 '헨리 빕스코브'의 유모차가 서울 도산대로에 있는 '톰 그레이 하운드'에 디스플레이 될 정도다.

이제 멋쟁이 아이들은 더 이상 '동화 속 왕자 · 공주' 스타일을 지향하지 않는다. 시크한 패션감각으로 명성이 자자한 슈퍼모델 리야 케베데가 '제이크루'와 손잡고 꼬마 뉴요커에 어울릴 법한 아동복을 론칭했다. 버버리는 메인 컬렉션의 스타일과 룩을 그대로 물려받은 미니어처 컬렉션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자 런던에 첫 번째 아동복 부티크를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치수만 늘이면 트렌디한 어른들이 입어도 무방한 패셔너블한 스타일이 아동복의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명품 브랜드의 유니크한 키즈 라인들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엄마와 함께 드는 '불가리'의 미니어처 백이나 바게트 백의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출시했던 '펜디'의 키즈 세트에서는 미래의 잠재적 고객에게 들이는 브랜드의 공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성인 미니어처 스타일의 대부분이 유명 디자이너나 럭셔리 브랜드의 키즈 라인이어서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론칭한 경우가 드물다. 현재는 청담동 일대에 산재해 있는 '10 코르소 코모'나 '분더샵' 등 편집 매장의 키즈 코너나 '보돌프' 같은 아동복 전문 멀티숍에서 구입할 수 있다.

/패션 칼럼니스트 · 월간 '데이즈드&컨퓨즈드' 수석에디터 kimhyeontae@gmail.com


▶▶ 키즈 스타일링 팁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명품 브랜드 매장만 드나들 수는 없다. 결국 아이 옷을 잘 입히기 위해서는 부모가 일급 스타일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최근 인터넷에는 성인들 못지 않은 키즈 패션을 위한 쇼핑몰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패밀리룩을 구입할 수 있는 11번가(www.11st.co.kr)의 수입 아동복 코너나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수입 브랜드를 판매하는 루시&루니(www.lucyrooney.com) 등에서 저렴하게 사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다.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2층에 가도 꽤 멋진 스타일의 주니어 캐주얼을 만날 수 있다.

키즈 스타일링의 핵심 포인트는 바로 시그니처 룩을 정하는 것이다. 펑키한 스트리트 룩만 고수하는 모세나,'클로에'의 페미닌한 원피스도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수리 크루즈처럼 어렸을 때부터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룩을 인지하고 있다면 훗날 자연스럽게 트렌드 세터로 성장할 게 틀림없다.


▶▶ 대표적인 아동복 멀티숍

▶보돌프(청담동)='로베르토 카발리''모스키노''알베르타 페레티' 등의 키즈 라인을 만날 수 있다. ▶키즈 스타일(신세계백화점 본점)='트루 릴리전''IKKS''룸 세븐' 등을 만날 수 있다. 어린이 신발만 따로 모아 파는 '키즈 스타일 슈 컬렉션'도 있다. ▶아이클럽 스타일(현대백화점 본점)=귀여운 아이 스타일을 만드는 데 적합한 '펌프킨패치''오투텐덤''쥬시꾸뛰르'(미국) '킹카우' 등의 브랜드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