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자동차 번호판만 보고 다녔어요. 4자리 숫자에서 재밌는 규칙들을 발견하면서 수학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죠."

오는 24일 카이스트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교장 권장혁)를 5학기 만에 조기 졸업하고 카이스트에 진학하게 된 성현우군(15 · 사진).불과 15세 나이로 지난달 30일 치러진 카이스트 4차 전형에서 최종 합격해 오는 9월부터 수업을 받게 된 성군은 수학에 흥미를 가지게 된 동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성군은 2007년 부산 대청중학교 1학년 때 13세의 나이로 전국의 영재들이 모이는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최연소 합격하며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공부 비결에 대해 '다독'이라고 밝힌 그는 "학습 방법이 다른 학생과 달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해 더 깊게 알고자 반드시 관련 서적을 찾아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으로만 답을 쓰지 않아 다른 학생들과는 색다른 답안이 많이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성군은 또 "어려운 책이더라도 이해가 될 때까지 수십 번을 반복해서 읽곤 했다"고 덧붙였다. 부모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제 선택을 존중해주신 어머니와 이공계 출신으로 대학 때 공부하던 책을 저와 함께 읽기도 한 아버지가 가장 큰 힘이 됐어요. "

그는 언어에도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 학교생활 중 독학을 통해 올해 7월 일본어능력시험 1급 자격을 취득했다. 성군은 "수학 논문 중엔 일본어로 된 것들이 많아 그걸 다 읽고 싶은 마음에 일본어까지 공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급생들보다 나이가 어린 탓에 처음에는 마음고생도 있었다는 성군은 "처음엔 저를 어리다고만 생각한 형들도 나중엔 열심히 공부하는 저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카이스트에서 꾸준히 수학을 공부해 훌륭한 교수가 되고 싶다"며 "젊은 수학자에게 주는 수학 분야의 노벨상인 필즈상(Fields Medal)을 받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독일의 펠릭스 클라인 김나지움(Felix Klein Gymnasium)에 갔을 때 현지 수학 교사조차 풀지 못하던 문제를 풀어내면서 현지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그이기에 주위 사람들은 성군이 한국인 최초로 필즈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