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직장인 조성진씨(31 · 남)는 영화를 볼 때면 항상 롯데시네마로 간다. 티켓 가격의 10%가 롯데멤버스 포인트로 적립되기 때문이다. 포인트가 1만5000점이 넘으면 무료 예매권 등 VIP쿠폰을,4만점 이상이면 평일 관람권 8장을 받는다. 조씨는 "포인트가 2배 적립되는 첫째,셋째 목요일에 영화를 본다"며 "여러 영화관에 다니면 포인트가 분산되기 때문에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하지 않는 영화는 안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대학생 유혜진씨(23 · 여)는 별명이 '포인트녀'다. 20여장의 포인트카드가 빼곡한 카드지갑을 늘 챙겨갖고 다닌다. 7일 남자친구와 만나 파리바게뜨에서 빵 6000원어치를 샀지만 현금 대신 포인트로 결제했다. 유씨는 "이동통신사 멤버십 카드는 1년에 3만포인트 정도 주는데 부모님은 전혀 쓰시지 않아 내가 갖고 다니며 커피숍,편의점 등에서 수시로 할인을 받는다"고 말했다.

포인트카드가 현금,신용카드에 이은 '제3의 화폐'로 소비영역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불황 속에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해지면서 포인트 사용에도 적극적이다. 영화,외식,쇼핑은 물론 자동차 · 가전제품을 살 때도 신용카드 포인트로 선할인을 받는다.

◆2030,포인트 쌓이는 곳에서만 돈 쓴다

포인트카드의 주고객층은 단연 20~30대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습득한 다양한 할인 정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소비를 지향한다.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살 때 포인트로 할인받고,OK캐쉬백 포인트로 싸이월드에서 도토리 5000원어치를 사는 것은 기본.포인트를 활용한 2030세대의 짠돌이 경제활동을 두고 '포인트테크'(포인트+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휴가철을 맞아 워터파크,콘도 할인을 받는 것은 물론 마일리지로 비행기를 타는 것도 일반화됐다. 패션회사에 일하는 최소영씨(27세)는 국민 스카이패스 카드로 6개월 동안 1만마일리지를 모아 내달 초 대한항공 제주 왕복티켓을 예약했다. 30대 직장인들에겐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사면서 선(先)포인트 할인을 받는 것이 상식이다. 최근 SM7을 산 직장인 이준성씨(36)는 "자동차 구매 시 삼성카드를 만들어 50만원을 선할인 받았다"며 "36개월 동안 2500만원을 써야 포인트 차감이 되는데 기름 넣고 마트에 갈 때마다 이 카드만 쓰면 큰 부담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소비자학)는 "포인트 카드는 소비자들이 거래처를 바꾸는 전환비용을 높여 한 쪽에 고착시키는 효과를 만들어 낸다"며 "기업들엔 특정 소비자가 어디서 어떤 구매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한 CRM 데이터로도 활용된다"고 말했다.

◆포인트카드 회원 2억명 육박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가 80년대 처음 선보였지만,순수 포인트카드의 원조로는 1996년 출시된 엔크린 보너스카드를 꼽는다. 이후 1999년부터 SK텔레콤,KFT(현 KT) 등 이동통신사 멤버십카드가 등장했고,2000년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 등을 운영하는 SPC의 해피포인트가 선보였다. 이후 롯데,신세계 등 백화점을 기반으로 한 유통 포인트카드가 선보이고 소비 관련 중소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포인트카드 전성시대를 맞았다.

업계에서는 국내 포인트카드 시장 규모를 대략 5조6000억원으로 추산한다. 해마다 10% 이상씩 커지는 추세다. 항공사 마일리지 3조원,신용카드 포인트 1조5000억원,통신사 포인트 5000억원,유통업계 포인트 6000억원 등이 적립돼 있다.

회원 수 3200만명에 달하는 OK캐쉬백카드를 비롯 국내 10대 포인트카드의 회원 수는 총 1억2000만명에 달한다. 여기에다 화장품,의류,서점,패밀리레스토랑 등 각종 포인트카드까지 합치면 거의 2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포인트카드도 진화를 거듭하면서 KT는 국내 최초로 휴대폰에 내장된 멤버십카드를 선보였고,LG텔레콤은 원더우먼 등 워너브러더스의 캐릭터를 포인트카드에 담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계열사 포인트를 합칠 수 있는 계열사 통합 멤버십카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GS&포인트는 GS칼텍스,GS25,GS홈쇼핑,GS마트 등에서 모두 쓸 수 있고 가족끼리는 적립된 포인트를 선물할 수 있다. 롯데 22개 계열사의 통합 포인트카드인 롯데멤버스도 포인트 가족합산 제도를 운영해 3년여 만에 1600만명의 회원을 모았다. 신세계포인트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을 기반으로 OK캐쉬백과 포인트 교환이 가능해 회원 수가 1282만명에 이른다.

◆포인트를 위한 포인트카드도 등장

포인트카드가 넘쳐나다 보니 포인트 거래 사이트나 각종 포인트를 묶어주는 포인트카드까지 등장했다. 250만 회원을 거느린 '포인트파크'에서는 매달 10억원 정도의 포인트가 거래된다. 카드,정유,통신사에 흩어져 있는 포인트가 1 대 1 교환방식으로 통합 · 전환된다. 오세준 포인트파크 팀장은 "회원들은 핸드폰 요금을 납부하거나 쇼핑할 때 통합한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원 100만명이 5억원 상당의 포인트를 누적한 '넷포인트'는 다양한 분야의 포인트를 자사 멤버십으로 통합해 오프라인에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0년 시작한 '띠앗'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손지혜 띠앗 대표는 "여러 할인 방법을 모으면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2000원이면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대학생들이 주고객"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최진석/강유현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