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산재한 노후 도심들이 환골탈태를 꿈꾸고 있다. 도심재정비촉진지구로 불리는 이른바 '뉴타운' 사업을 통해서다. 뉴타운으로 거듭나면 낡고 불편한 주택들이 헐리고 그 자리에 녹지가 조성되고 바람길이 생겨난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최첨단 오피스도 세워진다. 주거와 업무환경에 메가톤급 '업그레이드'가 일어나는 것이다. 뉴타운 사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다소 주춤하고 있으나 최근 경기와 집값이 회복세를 타면서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뉴타운 관련 법률도 사업 추진에 유리하도록 하나둘 정비되는 상황이다.

◆분당신도시 두 배 규모

10일 경기도시공사에 따르면 경기도에서는 부천시 등 12개시에서 뉴타운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구는 모두 23개.뉴타운 사업 대상지만 3054만㎡에 이른다. 분당신도시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노후 도심지가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셈이다. 이들 뉴타운의 사업 완료 목표 시점은 대부분 2020년으로 잡혀 있다. 앞으로 10년만 있으면 말그대로 '강산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84만8622명이던 거주 인구가 92만5343명으로 늘어난다. 주택도 33만6342채에서 37만9013채로 증가하게 된다. 31%에 그쳤던 기반시설도 40%를 넘어선다.

경기도 뉴타운 중에서 사업지구가 가장 넓은 지방자치단체는 부천시다. 부천시는 소사 · 원미 · 고강 등 3개 지구에서 615만8000㎡가 개발된다. 고양시에는 원당 · 능곡 · 일산지구가 뉴타운으로 변신한다. 남양주에서도 덕소 · 도농지금 · 퇴계원 등 3개 지구가 사업에 착수했다. 단일 사업지구로 따지면 오산뉴타운이 297만㎡로 가장 크다. 광명뉴타운(224만㎡)과 김포뉴타운(236만㎡) 구리시 인창 · 수택뉴타운(207만㎡)도 규모가 만만치 않다.

뉴타운은 주거지형과 중심지형으로 나뉜다. 중심지형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상업와 업무시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군포시의 금정 · 군포뉴타운,부천시 원미뉴타운,남양주 도농지금뉴타운이 대표적이다. 경기도시공사는 뉴타운 개발을 사실상 대행하는 총괄 관리자로 6개 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역별 특성 살린 명품 뉴타운

각각의 뉴타운은 저마다 특성화 전략에 따라 한걸음 한걸음 추진된다. 뉴타운이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아파트 단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경기도의 큰 그림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특화계획을 의무화해 뉴타운별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자체와 관리업체 및 총괄관리자 등이 수시로 만나 특화계획을 검증한다. 명소만들기나 가로시설물 특화 등의 다양한 시범사업을 발굴하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의 노력은 다양한 형태의 뉴타운 계획으로 현실화됐다. 부천 원미뉴타운은 지역을 가로지르는 폭 50m의 녹지축을 만들고 이 안에 수변공간을 넣는다. 이른바 '그린 블루 네트워크'다. 녹지축은 학교와 연계해 안전한 등하굣길을 보장해 준다. 부천 고강뉴타운은 옛 물길 살리기와 녹지띠 잇기를 통해 '도시 오아시스'를 개발 개념으로 잡았다. 토지이용계획안에는 바람길을 설계했다. 소사뉴타운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둔다.

평택 신장뉴타운은 수도권 남부 영어학습의 중심을 꿈꾸고 국제적 주거지인 영어타운이 조성된다. 다문화 쇼핑타운이 자리잡을 예정이며 군용철도를 활용한 신교통수단도 도입된다. 남양주 덕소 시범 뉴타운은 중심녹지축을 한강변으로 연결한다. 컨벤션센터 및 문화시설이 도입되는 비즈니스파크 계획도 세워져 있고 2011년에는 남양주 세계 유기농 대회 등이 유치된다. 광명뉴타운은 자전거 도로를 강조했고 명품학원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뉴타운사업의 특성 가운데 또 다른 하나는 도시지역 전체를 대상지로 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서울이나 인천과는 달리 경기도 뉴타운의 일부는 이미 개발이 이뤄진 지역을 제외한 시가화지역 대부분이 사업지로 포함된다"며 "이에 따라 뉴타운 사업은 도시의 존폐와 관련되기 때문에 추진 과정에서 신중함과 세밀함이 더욱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민 참여 활발

경기도 뉴타운은 제도 개선과 지자체의 지원 및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 확보 등이 사업 성공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먼저 재정비촉진지구 법률은 최소 지정 면적 기준이 완화됐고 지자체장의 권한도 강화됐다. 기반시설 설치비에 국고 지원을 의무화하는 조항도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뉴타운 지역 내 주택 거래를 크게 저해했던 토지거래허가제가 완화됐다. 당초에는 20㎡ 이상 거래할 때(주택기준)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180㎡ 이하는 허가가 필요없어졌다.

주민 참여도 활발한 편이다. 평택 안정 · 신장뉴타운에서는 시민계획가를 선정해 사업계획 단계에서 주민 참여를 유도한다. 고양 원당뉴타운에서는 주민간담회를 통해 '맞춤형 뉴타운'을 추진하기도 했다. 안양 만안뉴타운 등 4곳에서는 지원센터를 별도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뉴타운 지원센터는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무 법무 행정적인 문제를 도와준다. 이 외에도 홈페이지를 구축해 정보 교류의 장으로 사용하고 뉴타운 소식지도 정기적으로 발간한다.

뉴타운 사업을 위한 재원은 2008년까지 2279억원을 확보했으며 특별회계를 통해서도 138억원이 마련됐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모두 3617억원을 조성키로 하고 도시계획세 징수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기반시설 공사비 등에서 실질적인 국고 지원을 얻어내는 한편 조세 담보로 대출을 받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는 등 사업비 마련에 차질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타운 사업이 용적률 상향 조정에만 집착하는 머니게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며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뉴타운의 본래 취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