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묘미 중 하나는 역전승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열광하는 이유도 뒤처져 있다가 언제든지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파괴력을 갖췄기 때문.경쟁하는 선수 입장에선'호환'(虎患 · 타이거에게 당하는 화)이 아닐 수 없다. 월드골프챌린지(WGC) 대회 중 하나인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850만달러)에서 우즈가 셋째날 특유의 뒷심을 발휘하며 2주 연속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해 주목된다.

우즈는 9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CC(파70)에서 열린 PGA투어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에 보기 1개로 단숨에 5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7언더파 203타를 적어내며 공동 13위에서 단독 2위로 뛰어올라 선두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 3타차로 따라붙었다. '2008 PGA(미국프로골프)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한 해링턴과 통산 70승을 향한 힘찬 시동을 건 우즈가 마지막 날 챔피언조로 나서 최고의 흥행카드를 만들어냈다.

우즈는 '역전의 명수'로 불릴 만하다. 통산 69승 중 3타차 이상 끌려다니다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승한 게 다섯 번이다. 그 중 두 번은 올해 작성했다.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베이힐CC에서 열린 PGA투어 아놀드파머인비테이셔널 4라운드에서 선두와 5타차를 극복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려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지난 6월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도 4타차 열세를 뒤집으며 우승했다. 우즈는 또 지난주 뷰익 오픈 3라운드 때 단독 선두로 올라선 뒤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우즈는 되살아난 퍼트감으로 이 대회 7번째 우승 사냥에 나섰다. 실제 이날 티샷과 아이언샷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버디 기회가 오면 여지없이 볼을 홀에 떨어뜨렸다. 3라운드에서 퍼트수가 23차례에 그쳤고,그린 적중시 평균 퍼트수도 1.5개에 불과했다. 우즈가 집중력이 강하다면 해링턴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장점이다. 그는 이날 버디 5개에 보기 2개를 곁들여 3타를 줄이며 3라운드 내내 선두를 유지했다. 공동 4위(4언더파 206타)에는 루카스 글로버(미국) 등 무려 10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계)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24 · 나이키골프)은 1타를 잃은 공동 34위(1오버파 211타)로 선전한 반면 양용은(37 · 테일러메이드)과 앤서니 강(37)은 공동 49위(3오버파 213타)에 그쳤다. '기대주' 대니리(19 · 캘러웨이)는 공동 61위(6오버파 216타)로 떨어졌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