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듯해 보인다. 사람의 행동은 이득을 얻었거나 유리했다고 느낀 쪽으로 강화된다. 참는 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지간하면 참고,큰소리를 쳐서 이긴 사람은 툭하면 큰소리부터 친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본 사람은 뭐니뭐니 해도 부동산이라고 믿는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잘하는 과목은 어떻게 해야 점수가 더 잘나오는지 훤히 꿰지만 못하는 과목은 죽어라 매달려도 점수를 올리는 방법을 깨우치지 못한다. 괜찮은 외모 덕을 봤다 싶으면 피부관리와 운동에,노래 실력이 인기 비결인 듯하면 다양한 레퍼토리 확보에 힘을 기울인다.
뇌 세포가 어떻게 변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성공의 경험은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음으로써 도전과 또 다른 성취를 가능하게 한다. 반면 실패는 두려움을 낳고,두려움은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든다. 다시 실패할까 무서워 잔뜩 움츠러든 사람은 매사에 망설이고 주저하다 아무 것도 시도해보거나 대들어보지 못한다.
실행되지 않은 궁리와 아이디어는 망상이라고 하거니와 실천하지 않으면 성과도 없다. 성공이 성공을 부를 확률이 높아지는 이유다. 그러나 역사학자 토인비가 말한 성공의 오류(hubris)라는 것도 있다. 성공에 따른 자만으로 여건 · 변화 등을 무시한 채 제 고집만 피우다 망하는 것이다.
황제에 오른 뒤 '불가능은 없다'고 큰소리치다 몰락한 나폴레옹이나 수에즈 운하의 성공만 믿고 지형 · 조건이 판이한 파나마 운하를 같은 방법으로 건설하려다 처참하게 실패한 페르디낭 드 레셉스는 대표적인 예다. 영원한 승자는 없고 한때 승승장구하던 사람이나 기업이 형편없이 무너지는 수도 적지 않다.
성공의 기억은 기쁨과 담대함을 줘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지나치게 매달리면 스스로 눈과 귀를 막음으로써 길을 잃기 십상이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몰락'에서 절대 망할 것같지 않던 기업이 쇠락하는 이유로 자만을 꼽았다. 성공했다 싶을수록 혹시라도 자만의 늪에 빠져 있진 않은지 자신과 주위 모두 잘 둘러볼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