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에게 욕만 해도 모욕죄로 벌금 100만원,멱살만 잡아도 공무집행 방해로 구속영장.'

서울 종로경찰서의 한 지구대는 최근 경찰을 폭행하는 등 공무집행 방해 행위가 늘자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을 알리는 경고문을 아예 벽에 붙여놓았다. 하지만 별 소용이 없다. 아무리 엄격한 법 집행을 경고해도 경찰관에 대한 물리적 · 언어적 폭력은 줄지 않고 있다.

이 지구대 소속 한 경찰관은 "매달 모욕죄를 적용받는 피의자가 2~3명가량 나올 정도로 경찰관에 대한 폭력이 다반사"라며 "매일 폭력과 욕설에 시달리는 마음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 아니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현행법상 경찰관은 취객을 상대로 수갑이나 경찰봉 등 경찰 장비를 사용할 수 있지만,그 조건이 영장 집행이나 자해 기도 방지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게다가 난동자를 일시 격리할 수 있었던 보호유치실마저 인권 문제를 이유로 11년 전 폐지돼 요즘 경찰은 난동자의 폭력으로부터 거의 무방비 상태다.

신촌지구대의 최승두 경위는 "술에 취한 난동자들은 기본적으로 쌍욕과 '짭새'라는 비속어를 사용하고 경찰관의 옷을 찢거나 발로 찬다"며 "아무리 화가 나도 '선생님'이라고 불러가며 진정시키고 술이 깨기를 기다리다 훈방조치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같은 솜방망이식 제재는 일선 경찰관들의 사기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려 공권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심지어 어린 취객에게 욕을 듣고 맞을 때는 제복을 벗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난동자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짜증부터 난다"고 말했다.

경찰은 땅에 떨어진 공권력 회복을 위해서는 '주취자(술에 취한 사람) 보호법' 제정 등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용산경찰서 소속 최치환 경위는 "처벌을 떠나 일시적으로 흥분해 난동을 부리는 취객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관련 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협적인 난동자에 한해 경찰서에 마련된 '주취자 안정실'에서 최장 24시간까지 격리 수용하고 위험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취자 보호법은 2005년 국회에서 발의했으나 자동 폐기됐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