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받는 공권력] '폭행당한' 경찰 4년새 두배… 소방관에 주먹질도 다반사
"시위 진압하다 얻어터지는 것은 그냥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맞기 싫으면 진압을 하지 마"(아이디 kyh****)

"(경찰관이) 맞을 짓을 했으니 팬거죠."(아이디 dreame****)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토론방'에 올라온 글들 가운데 일부다. 이곳에는 불법 집회를 중심으로 한 범죄 현장에서 경찰관 폭행을 부추기거나 정당화하는 글들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얻어맞는 공권력'이 일상화할 정도로 법의식이 마비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부상 경찰관 4년 새 2배로

9일 경찰청에 따르면 범법자 공격에 의한 경찰관 부상자 수는 2004년 231명,2005년 266명,2006년 354명,2007년 382명에서 지난해에는 465명으로 증가했다. 4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올해도 용산 참사,쌍용차 파업 등으로 부상 경찰관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쌍용차 파업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만 14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명은 노조가 던진 자동차 휠에 가격당해 얼굴 뼈에 금이 갔고,또 다른 진압대원은 노조원이 던진 표창에 맞아 발등의 뼈가 부러지는 등 모두 16명이 중상을 입었다. 볼트와 너트를 장전한 '준살상용' 새총에 맞은 부상자도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1월 용산 참사 때에는 과잉 진압 논란이 있었지만,경찰 1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용산 참사 추모집회 시위대는 노상에서 경찰관 11명을 집단 폭행하고 지갑과 무전기까지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조롱받는 공권력] '폭행당한' 경찰 4년새 두배… 소방관에 주먹질도 다반사
◆때리고,매달고,침뱉고,뺏고…

집회나 파업 현장 외에도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은 늘 폭행의 위협에 시달린다. 피의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남자친구를 연행한다고 경찰관을 발로 걷어찬 10대 소녀가 입건되기도 했다. 교통경찰관은 구타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매달려 끌려가는 아찔한 순간까지 감수해야 한다. 지난 6월에는 중앙선 침범을 적발한 교통경찰관이 정차를 지시하자 해당 경찰관을 승용차 보닛에 매달고 30여m를 질주한 피의자가 기소됐다.

법정 경찰관도 폭행 대상이다. 지난해 12월 무고죄로 기소된 피의자가 선고에 불만을 품고 퇴장하면서 법정 경위에게 침을 뱉어 공무집행방해죄가 추가됐다. 달리는 전경버스를 공격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7월 한 운전자는 전경버스가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끼어들면서 버스를 급정지시켜 전경 15명에게 목뼈 염좌 등 부상을 입혔다.

경찰관 외에 다른 공무원들도 폭행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특히 119대원들은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으로 폭행당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지난 5월 술에 취해 길바닥에서 넘어져 다친 50대 남자가 자신을 병원으로 옮긴 119대원에게 응급실에서 "소방관이면 다냐"며 주먹으로 눈을 때리는 등 폭행했다. 과거 '석궁테러' 사건에서 보듯 판 · 검사도 안전하지 않다. 지난해 12월 한 지방검찰청의 부장검사가 민원인으로부터 둔기로 얼굴과 머리를 얻어맞아 실신까지 한 사건이 발생했다.

◆언어폭력도 일상화…경찰관 모욕 급증

경찰관에 대한 언어폭력도 급증하는 추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6년 913명에 그쳤던 모욕죄 기소 인원은 지난해 3568명에 달했다. 2년 만에 거의 4배로 늘어난 것.이 가운데 대부분은 경찰의 고소에 의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폭력을 수반하지 않거나 협박으로 보기 힘든 단순 욕설은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기 어려워 경찰이 모욕죄를 적극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는 경찰관에게 "총만 차고 다니면 다 경찰이냐"는 등 20여분간 욕설을 퍼부은 피의자가 형사입건됐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전과자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질서 유지와 공권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