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골프공에 맞아 실명하거나 달리는 카트에서 떨어져 두개골이 골절되는 등 대형 사고도 많다. 수천만원대의 고가 시계 등 귀중품을 잃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법원은 이런 사고가 났을 때 누구에게,얼마만큼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까.

◆고가품 도난

귀중품을 도난당한 경우 골프장으로부터 배상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6월 골프장에서 시가 3000만원짜리 롤렉스시계를 분실한 K씨가 골프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K씨는 탈의실 옷장 속 바지 주머니에 뒀던 시계가 샤워를 하는 동안 없어진 만큼 관리를 소홀히 한 골프장 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보관을 의뢰하지 않았다면 골프장 측이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골프클럽이 든 골프백을 잃어 버린 경우엔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관 앞 거치대에 뒀던 골프백을 잃어버린 L씨가 골프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은 "분실 시 책임지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현관 등에 게시했다고 하더라도 경비원 수를 늘리거나 시정 장치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L씨의 손을 들어줬다.

◆카트 추락 사고

캐디가 운전하는 카트를 타고 가다가 떨어져서 다친 경우 골프장 측의 책임이 무겁다. 다만 플레이어가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면 골프장 측의 손해배상 책임은 제한된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6월 카트에서 떨어져 두개골 골절 등 중상을 입은 L씨가 골프장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플레이어에게 주의를 주지 않고 급회전해 중상을 입힌 것은 사실이지만 원고도 손잡이를 잡지 않아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며 골프장 측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정지해 있는 카트에 앉아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골프장 측의 책임이 더 크다. 지난 5월 수원지방법원은 골프장 내 카트 이동로에 정차된 카트에 타고 있다가 교통 사고를 당한 경기운영위원 A씨가 골프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골프장 측에 9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도로는 골프코스 내 통상적인 카트 진행 도로로 주정차 금지구역이 아니다"며 "이런 곳에서 후방 진행 차량(농약 살포차)의 진행경로를 주시할 주의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공에 맞는 부상

'앞팀'이 골프공에 맞은 경우 그 책임은 샷을 한 플레이어가 가장 크게 진다. 특히 캐디가 적극적으로 제지를 한 경우는 모든 책임을 플레이어가 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골프장 측에도 일부 책임을 물리는 판례가 많다. 캐디가 안전 거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우다. 특히 캐디가 "쳐도 좋다"고 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피해자라고 해서 무조건 면책되는 건 아니다. 서울고법은 최근 뒤팀이 친 공에 맞아 다친 J모씨가 골프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퍼팅을 마친 뒤 캐디가 종료 신호를 보내는 것을 보았다면 신속히 그린을 벗어나 안전지대로 가야 하는데 뒤늦게 이동하다가 공을 맞은 만큼 부상자도 20%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홀과 홀 사이가 좁은 곳에서 자주 발생하는 '인접조'에 대한 사고에선 골프장 측의 책임을 무겁게 본다. OB지역 설정 등 소극적인 방법이 아니라 그물망 설치 등 적극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취지다.

'동반자'가 부상을 당한 경우 책임은 플레이어와 피해자 모두에게 있다. 가해자는 자신의 앞에 다른 사람이 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피해자는 가해자의 플레이를 주시하지 않고 공보다 앞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캐디'가 공에 맞았을 경우 쌍방 과실로 본다. 다만 캐디가 어디에 서 있었느냐에 따라 플레이어의 책임 정도가 달라진다. 수원지방법원은 공에 맞아 손가락 골절상을 입은 캐디 Y씨가 골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골퍼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캐디가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레귤러 티잉그라운드보다 35m 앞에 있는 레이디 티잉그라운드 옆에 서 있었던 탓에 플레이어의 책임을 상대적으로 적게 봤다.

그러나 완전한 면책은 어렵다. 대법원은 캐디가 공 뒤쪽에 있다가 다쳐도 플레이어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난해 10월 판결했다. 재판부는 "플레이어가 아무도 예상 못한 방향으로 공을 쳐 피해자를 맞히는 등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가해자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낙뢰 사고 등

빗맞은 골프공이 골프장 인근 차도로 날아가 사고가 난 경우 골프장 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 대전지법은 최근 운전 도중 골프장에서 날아온 공에 맞아 다친 L모씨가 골프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골프장은 치료비 차량수리비 위자료 등 104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골프공이 인접한 왕복 8차선 도로까지 날아가지 못하도록 충분한 높이의 펜스를 설치해야 함에도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골프장 낙뢰사고는 전적으로 골퍼의 책임이다. 천둥이나 번개가 치면 골프장 측은 라운드를 강요하지 않는다. 골퍼 스스로 위험을 무릅쓴 만큼 사고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