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의 경제 위기와 불황을 거치면서도 제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글로벌 1위 기업들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실패작이 돼 버린 윈도 비스타와 윈도 7의 지연 출시로 인해 세계 PC 시장의 거성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창사 34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규모의 경제를 대표하던 노키아도 38%의 시장점유율은 지켰으나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25%와 66%나 줄어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1위인 인텔 역시 매출이 지난해보다 줄고 있어 이를 극복할 대안을 모색 중이다. 이뿐 아니다. 자그마치 77년에 걸쳐 세계 자동차시장 1위를 고수하던 GM도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10여년 전 휴대폰시장 1위였던 모토로라는 이제 5위로 물러섰다. 낮은 생산성과 재무적 후유증으로 인해 철강업계 1위인 아르셀로미탈도 올해 2분기에만 8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큰 타격을 입었다.

글로벌 시장을 좌지우지해 온 각 분야 1위 기업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영원한 1등은 없다'는 격언이 떠오른다. 혁신적인 제품이 아니면 아무리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기업이라 하더라도 언제든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고유 기술 하나로 사업을 수십년간 지탱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진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기술의 변천이 빨라지고 시장의 니즈가 변화무쌍하더라도 헤쳐 나갈 길은 있게 마련이다. 격변과 혼란의 시기일수록 원칙에 입각한 변형과 융합의 지혜가 절실하다. 우리 주변에는 각 분야에 걸친 수많은 지식과 지혜가 담긴 서적이며,인터넷을 통해 만인에게 공개되길 원하는 노하우가 넘칠 만큼 많다. 능란한 사업 경영과 처신을 위한 저마다의 원칙과 방법론은 이미 공개될 만큼 공개되었고,특수한 기술로 간주되기 어려울 만큼 충분히 보편화되었다. 누구나 그대로 실천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의 성공은 이룰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게 지식과 지혜가 기술되어 있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로 자주 언급되었던 몇몇의 주요 원칙과 방법론은 어느새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성공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지극히 한정돼 있다. 이는 알기만 할 뿐 아는 것을 실행하지 않아서 생기는 결과다. 지혜는 머리와 가슴을 통해 만들어지고 행위를 통해 완성된다.

성공이란 특정한 사람의 전유물도,불변의 것도 아니다. 다만 잘할 때까지 계속 노력하고 발전하며 변하는 사람이 성공을 거머쥐고,그 성공을 유지할 수 있을 뿐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로마제국도 안주하고 만족하는 순간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성공까지 가는 것은 어쩌면 쉬울지 모른다. 어려운 것은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리라.한 개의 도자기를 위해 수천,수만 개의 도자기를 깼던 도공의 마음이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