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 화해했다고 봐도 좋다. "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10일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극적으로 화해했다. YS는 이날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DJ를 병문안한 자리에서 '이제 화해한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제 그렇게 봐도 좋다. 그럴 때가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1970년대부터 '상도동'과 '동교동'이라는 한국 정치의 양대산맥을 형성하면서 두 사람은 긴 세월 '애증'의 관계였다.

YS는 이날 병원에서 기자들에게 "(DJ는) 나하고 가장 오랜 경쟁관계이자 협력관계"라며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특수관계"라고 밝혔다. YS는 의료진이 배석한 가운데 이희호 여사와 15분가량 면담하는 자리에서 "세상에 기적이라는 게 있으니 최선을 다해 치료를 받으라"고 격려했다. 이에 이 여사는 "대통령께서 오셨다는 말씀을 DJ에게 꼭 전해드리겠다. 큰 위로가 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1987년 야권 분열 후 DJ가 이번에 병상에 눕기 전까지 두 사람은 22년간 반목을 거듭해왔다. 두 사람이 틀어진 결정적 계기는 대선 직후 YS 주변 인사들에 대한 수사와 환란청문회,YS의 차남 현철씨 사면 문제 등이 겹친 1997년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이전이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 신민당 대통령후보 경선,1980년 서울의 봄,1987년 후보단일화 협상 등 고비마다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펼쳐 온 두 사람의 '원초적 적대의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변수가 인생의 말년을 보내고 있는 두 노정객의 화해에 극적인 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