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책위 의장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한구 의원은 10일 "세종시와 혁신도시 등은 재정사정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때 나온 계획으로 현 시점에서는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번의 경제 위기가 어느 정도정상화되고 나면 재정적자,국가부채 급증이 큰 문제로 등장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생산적인 자족기능 없이 예산만 쏟아 부으면 세종시 사업이 될 것처럼 얘기하는데 자칫 국가 재정을 파탄으로 이끄는 거대한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세종시 혁신도시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이 각 지역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무조건 앞으로만 달려가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어떤 장밋빛 계획도 현실이 될 수 없다"며 "세종시와 혁신도시 사업은 지금이라도 전체 사업을 축소하거나 추진 기간을 연장해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국가부채가 심각한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데 재정건전성도 지킬 수 있고,국책 사업도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며 "앞으로 또 위기가 찾아오면 그땐 무슨 돈으로 경기를 살릴 건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의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서는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이 의원은 "내년 법인세와 소득세 2단계 세율 인하로 약 3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고,4대강 사업에 약 3조~4조원의 추가적인 예산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신규 적자 요인이 7조원 가까이 된다"며 "적자 요인은 이렇게 구체적이고 뚜렷한데 이를 벌충할 계획이라고 가져온 것은 '고소득자 과표 양성화' 등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