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이번 검찰 인사는 '조직 안정'과 '법질서 확립'에 주안점을 둔 무난한 인사로 평가된다. 검사장 이상 13명이 모두 용퇴한 데 따른 이례적 인사인 만큼 기수를 최대한 존중하고 지역 안배까지 고려해 조직 안정을 도모했다. 또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에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노환균 대검 공안부장을 임명한 것 역시 현 정부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법질서 확립 의지와 맞닿아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내린 결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빅4'는

검찰의 핵심 요직으로 분류되는 '빅4'(서울중앙지검장,대검 중수 · 공안부장,법무부 검찰국장) 중 노환균 신임 서울중앙지검장과 최교일 검찰국장은 모두 온화한 성품에 뛰어난 정책 판단 능력을 갖춰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 일선 지검 중 최상급 기관인 서울중앙지검과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검찰국의 수장을 맡아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다.

대검 중수부장에 임명된 김홍일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은 대표적인 '강력통'으로,뚝심 있는 수사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6공 비리에 포함됐던 슬롯머신 사건과 박한상 존속살해사건,지존파 납치살해사건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강력사건을 맡아 처리했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에는 BBK의혹 사건을 지휘,이명박 대통령과도 간접적인 인연이 있다. 대검 공안기획관 ·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을 지낸 공안통인 신종대 대검 공안부장(49 · 서울 · 14기) 역시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과 인연이 있어 눈길을 끈다. 신 공안부장은 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등이 "청와대가 정보기관을 동원,선거 공작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진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을 "청와대의 개입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진실로 믿을 만한 정황이 있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무난한 인사…검사장 추가 인사 가능성

현재 총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차동민 대검 차장과 같은 기수인 13기 중 5명은 고등검사장 보직에 안착했다. 황희철 신임 법무차관(52 · 광주),한상대 서울고검장(50 · 서울) 등이다. 2005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시절 국정원 도청사건 등을 맡았지만 이후 두 번씩이나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돼 '공안통 홀대' 논란의 중심에 섰던 황교안 창원지검장(52)도 대구고검장으로 승진했다. 14기 중에서는 노 서울중앙지검장 외에 채동욱 법무실장(50)과 안창호 대전지검장(52)이 각각 대전고검장,광주고검장으로 승진했다.

검사의'꽃'인 검사장에는 12명이 승진했다. 최재경 신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연수원 17기가 8명으로 주축을 이루는 가운데 김희관 대전지검 차장 등 5명은 모두 주요 지검 차장에 배치됐다. 황윤성 대구고검 차장 등 16기 4명도 새로 검사장 승진 대상에 포함돼 서울고검 부장이나 지방고검 차장으로 발령났다. 또 최근 직제 개정으로 외부 개방형 직위에서 검사장급 모집이 가능해진 법무부 출입국과 외국인정책본부장에는 석동현 대전고검 차장이 임명됐다.

그러나 13기 중 박한철 대구지검장과 정진영 서부지검장,박영렬 광주지검장은 고검장 승진에서 누락돼 각각 동기들보다 서열이 낮은 서울동부지검장과 인천지검장,수원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데 그쳤다. 이들이 용퇴할 경우 추가 검사장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검찰총장이 임명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기인사를 넘어서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는 게 현행법상 적절하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법무부는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인사 실무를 진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김준규) 후보자의 의견을 듣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조만간 검사장 승진 인사에 따라 정기인사급의 부장검사급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