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왜 하세요?"
"트위터를 왜 하세요?"
광파리는 요즘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럼 그저 빙긋이 웃습니다. 한두 마디로 설명할 자신이 없고 설명한들 이해할 것 같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요. "블로깅한다고 밥이 나오느냐?"고 묻는데 무슨 재간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사실 블로그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광파리가 블로그를 개설해 '글로벌 IT 이야기'를 시작한 지 1년4개월이 됐습니다. 트위터를 사용하기 시작한 지는 두 달쯤 됐죠.블로깅을 하면서 반성 많이 했습니다. 그동안 독자도 모른 채 기사를 썼구나. 이런 생각을 한 거죠.트위터를 시작한 뒤에는 독자들과 대화하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블로깅을 하면서 '독자는 똑똑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멋진 글을 써서 독자들을 놀라게 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제 욕심이었습니다. 제 깜냥으로는 가능하지도 않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독자들이 말할 공간을 비워 놓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죠.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제 블로그를 꾸준히 방문하시는 독자 중에 '6502'란 분이 있습니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분인데 정보기술(IT)에 관한 식견이 탁월하고 날카롭기가 면도날 같습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합니다. 지적을 참고해 글을 보완하면 한층 정확하고 풍부해집니다.
블로그 개설 직후에는 악플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이런 모욕을 당하고도 블로깅을 계속할 필요가 있나?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요? 독자는 대화를 원하는데 저는 독백을 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혼자 잘난 척 하니 누군들 좋아했겠습니까. 그때부터 남의 글 읽고 댓글 달고 답글 달며 소통을 했습니다.
아! 이게 바로 웹2.0이구나. 광파리도 이젠 웹2.0 인간이 됐구나.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방과 참여와 공유….제가 마음을 열면서 독자들이 참여하고 생각을 공유하게 됐습니다. 이걸로 다 된 걸까요?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생각이 또 달라졌습니다. 블로그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트위터 세상에 들어가 보니 블로그에서 만났던 독자들이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을 팔로(follow)하면서 걸음마를 시작했는데 한두 달 지나고 보니 IT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거대한 커뮤니티가 형성됐습니다. 이제는 언제든지 이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게 됐습니다.
블로그든 트위터든 소통공간이란 점에서는 같습니다. 그런데 블로그는 필자와 독자가 댓글과 답글로 대화하기 때문에 호흡이 느립니다. 반면 트위터에서는 메신저처럼 실시간 대화가 가능합니다. 블로그와 달리 멋진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도 없습니다. 유명인사랑 대화할 수 있는 것도 트위터의 매력이죠.
트위터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하루 종일 떠들어대는 '참새형'도 있고 한 마디도 않고 '눈팅'만 하는 '보기형'도 있습니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독백형'에 가깝습니다. 멋진 귀절이 생각나면 새벽에도 글을 올립니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허물없이 대화를 즐기는 '소통형'으로 인기가 좋습니다.
트위터라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시간을 많이 허비한다는 게 그중 하나입니다. 트위터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트위터에 빠지면 운전 중에도 휴대폰으로 트윗을 날리고 샤워 하다가도 뛰어나와 트위터 화면을 확인합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생활을 상당 부분 노출시킨다는 점도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트위터에 대해 좋다 나쁘다 판단하진 않겠습니다. 저는 다만 트위터가 웹3.0의 초기 모습일 것이란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블로그가 웹2.0이라면 트위터는 여기서 한 단계 진화한 서비스라고 봅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놓고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