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사태의 여파로 실각한 자오쯔양 전 중국 총리의 며느리인 런커잉(任克英 · 50) 전 메릴린치 중국 투자은행 대표가 BNP파리바의 중국 총책임자로 선임됐다.

런커잉은 중국 금융계에서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인물.시아버지는 물론 광둥성 당서기를 지낸 아버지(런중이)의 후광을 업은 그를 두고 한때 국제금융계에선 '중국 금융은 런으로 통한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씨티그룹에서 쫓겨난 뒤 절치부심하다가 2007년 메릴린치를 통해 다시 금융계로 컴백했다. 한 관계자는 "메릴린치에선 과거와 달리 조용한 행보를 보였는데 이번에 BNP파리바의 중국 총책임자가 되면서 중국 금융계에서 완전히 복권된 것으로 보인다"며 "명실상부한 중국 금융계의 여제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런커잉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엘리트로 개혁 · 개방 이후 해외 유학을 한 1세대에 속한다. 베어스턴스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1년 씨티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증시에 기업공개(IPO) 열풍이 불면서 그의 파워가 입증됐다. 아버지와 시아버지에게 신세진 사람들의 도움으로 씨티가 대규모 IPO 주관업무를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데 절대적 공을 세운 것.그러나 2003년 중국생명 상장 때 허위 정보를 기재했다는 이유로 2004년 정직처분을 받았다. 당시 중국 금융계에선 자오쯔양의 며느리라는 신분이 정직처분을 받은 이유 중 하나라는 소문이 돌았다. 2006년 미 증권감독당국이 이에 대해 무죄라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런커잉이 아닌 자오쯔양의 며느리가 처벌을 받았다'는 게 정설이 됐다.

런커잉은 정직된 이후 낭인 생활을 하다 2007년 메릴린치에 자리를 마련했다. BNP파리바는 "그가 메릴린치에서 충분히 실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스카우트했으며 앞으로 중국 비즈니스를 총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