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는 어떤 전력을 사용하는지에 관계 없이 가동된다. 그렇지만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신 ·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게 낫다. 제주도에 설치되는 실증 단지가 태양광이나 풍력을 활용하려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신 · 재생 에너지 중 대표적인 것이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다. 태양광과 풍력은 이미 상용화돼 있다. 연료전지 개발은 이제 실험 단계다.

연료전지의 기본 원리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연료전지는 미국 일본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동차용 · 가정용 · 소형가전용 등 다양한 분야로 기술 개발이 확산되는 추세다. 현재 상용화 단계에 가장 근접해 있는 분야는 가정용 연료전지다. 도시가스를 수소로 변환하고,수소를 다시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설비다.

한국은 연료전지 보급 환경이 좋다. 1000만여 세대가 도시가스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이미 관련 인프라를 갖춘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가정용 연료전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연료전지 부문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는 회사는 GS칼텍스의 자회사인 GS퓨얼셀이다.

이 회사는 △대형 건물 · 아파트 등에서 쓸 수 있는 50㎾급 연료전지 시스템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1㎾급 가정용 연료전지 △3㎾급 가정용 연료전지 열병합 발전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GS퓨얼셀의 연료전지는 현재 국무총리 공관 등 전국의 일부 공공시설에 설치돼 시범 운영 중이다. 서울시청 서소문별관과 남산별관에 설치된 연료전지는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누적 발전 기준 1만 시간을 돌파하는 등 내구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뛰어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연료전지 개발에서 한발 앞서가는 일본 업체들을 금방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GS퓨얼셀은 최근 현대건설과 가정용 연료전지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국내 처음으로 105.6㎡형,138.6㎡형,171.6㎡형 아파트에 연료전지 4대를 설치키로 했다.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열 에너지를 가정 내 빨래건조기 식기건조기 제습기 등에 공급하는 연구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공공 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연료전지 시범 사업을 일반 가정으로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그동안 쌓아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정부의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 사업 등 그린홈 100만호 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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