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1일 임시 회의를 열어 제주 으뜸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및 경영개선 명령을 내렸다. 매각이 지지부진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말 현재 으뜸저축은행의 자산은 5285억원,대출액 6130억원,예금액은 5692억원이다. 순자산은 -668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이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93%로 적기 시정조치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이 저축은행이 3200억원 규모의 불법대출을 일으켰고,연체 대출을 신규 대출로 가장해 부실을 은폐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으뜸저축은행은 앞으로 6개월간 만기도래 어음과 대출금의 만기 연장 등 일부 업무를 제외하고 수신 및 대출 등을 할 수 없다. 2개월 안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체 경영 정상화를 하면 영업을 재개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다른 저축은행으로 계약을 옮겨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예금보험공사가 으뜸저축은행의 자산을 인수해 가교저축은행으로 만들어 부실을 털어낸 뒤 시장에 되파는 방법이 유력하다.

으뜸저축은행 예금자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원리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이 저축은행 예금자는 총 3만7806명으로 이 중 95.5%가 5000만원 이하의 예금을 넣어두고 있다. 대출 거래자는 으뜸저축은행의 영업재개 때까지 만기 도래 어음과 대출금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예보는 긴급자금이 필요한 예금자를 위해 예 · 적금 담보대출을 알선하는 한편 2주일 이내에 500만~1000만원 규모의 가지급금을 제공할 예정이다. 예보는 12일과 13일에 으뜸저축은행 제주 본점 및 지점(연동,서귀포)에서 보험금 관련 설명회를 연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업계 자체적으로 부실저축은행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문해왔다. 금융위가 지난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인수자금 120억원당 1개씩 영업구역 외에 지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도 줬다. 그런 분위기를 타고 토마토저축은행이 양풍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등 저축은행 간 인수 · 합병(M&A)이 활발히 이뤄졌으나 최근 다시 주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들이 몸값을 낮추지 않아 M&A가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최근 많았다"며 "이에 금융당국이 직접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지방의 A저축은행과 B저축은행도 BIS 비율이 5% 이하여서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들어간다. 이 두 저축은행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10월 말까지 적기시정조치를 유예받은 상태인데 그때까지 매각 등의 방법으로 경영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면 영업정지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저축은행은 지난 6월 한 대형 저축은행과 M&A 성사단계까지 갔지만 무산됐고 현재는 또 다른 대형 저축은행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B저축은행은 사모펀드(PEF)에 매각을 타진했으나 결렬된 뒤 새 인수자를 찾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