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중국과 대만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각국이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태풍과 가뭄에 이어 지진까지 가세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도 막대하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함께 세계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꼽히는 '엘니뇨'(태평양 열대해상 수온의 비정상적 상승 현상)가 3년 만에 다시 나타나면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본에선 11일 오전 5시7분께 도쿄 서부 시즈오카현에서 규모 6.5 의 강한 지진이 일어나 1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시즈오카현에서 103명,인근의 아이치현에서 3명 등 모두 111명이 부상했다. 또 주택과 빌딩 등 건물 3300여채가 파손됐다. 시즈오카현을 지나는 신칸센 운행이 일시 중단됐고,도쿄와 나고야를 잇는 도메이 고속도로도 일부 구간이 유실돼 통행이 금지됐다.

이날 지진은 시즈오카현 오마에자키 북동쪽 40㎞ 해상의 스루가만에서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20㎞였다. 시즈오카현은 물론 도쿄 시내에서도 건물이 흔들리는 등 강한 진동이 감지됐다. 시즈오카현 해안가 일대에선 파고 40~60㎝의 쓰나미(지진해일)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본 국민들은 이번 지진이 100~150년을 주기로 시즈오카현과 아이치현 일대에서 발생하는 규모 8 정도의 대지진인 '도카이 지진'의 전조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에서는 또 제9호 태풍 '아타우'(폭풍구름이란 뜻)의 영향으로 최근 폭우가 쏟아지면서 효고 오카야마 도쿠시마 등 남 · 서부 3개 현에서 14명이 숨지고 18명이 실종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인도양에서도 강진에 따른 쓰나미 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연안국에 비상이 걸렸다. 인도 기상 당국과 미국 지질조사국(USGA)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55분께 안다만 제도의 포트 블레어에서 북쪽으로 260㎞ 떨어진 해상의 해저 33㎞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날 강진의 충격은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 등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강력했으며,일부 지역에서는 건물 벽에 금이 가기도 했다. 벵골만 한복판에서 발생한 이날 지진으로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 방글라데시 등 인근 국가에 쓰나미 주의보도 발령됐다. 그러나 다행히 우려했던 쓰나미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주의보도 해제됐다.

중국과 대만에선 제8호 태풍 '모라꼿'(에메랄드란 뜻)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모라꼿은 푸젠과 저장 안후이 장시 등 4개 성을 강타,사망 6명,실종 3명의 인명 피해와 약 900만명의 이재민을 냈다. 50년 만에 최악의 태풍 피해가 난 대만에선 지난 7일 밤부터 사흘 동안 총 3000㎜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며 11일 현재까지 최소 41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실종됐다. 대만 남부 샤오린에서는 지난 9일 산사태가 마을을 휩쓸면서 외부 통행이 끊겨 주민 600여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반면 인도는 83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에 신음하고 있다. 므리둘 새저 코탁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강우량 부족분이 평균 20~25%에 달할 경우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은 5%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