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에서 '속도(speed)'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일본 기업들이 적기생산(JIT),빠른 신제품 출시 등을 활용해서 서구 기업들을 따라 잡았던 것이다. 21세기 들어 속도는 더 중요한 경쟁우위 요소가 됐다. 이제 사업상의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면 아예 회복이 어렵다.

1990년대 중반 휴대폰 선두 주자였던 모토로라는 디지털 기술로 바뀌는 불과 1~2년 정도의 기간을 방심했다. 이때 잘 알려지지 않은 노키아가 세계 1위로 급부상했다.

음반 산업의 판도변화는 더 충격적이다. 지난 수십년간 음반 산업을 이끈 기업은 EMI,RCA와 소니 뮤직이었다. 2001년 애플이 처음 '아이팟(iPod)'으로 불리는 휴대용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를 출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인 2003년 애플은 100만개째 아이팟을 팔았으며 다음 100만개를 파는 데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기존 음반 회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하룻밤에 구식이 되고 말았다.

유럽 최고의 경영대학원 중 하나인 인시아드의 이브 도즈 교수와 노키아 CIO 출신의 미코 코소넨은 이 책에서 바로 이러한 속도의 시대에 '전략적 민첩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경영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말 그대로 민첩해야 생존할 수 있다. 저자들은 전략적 민첩성을 경쟁자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이끌어내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속도의 시대에는 환경이 너무 빨리 바뀌고 복잡하기 때문에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게임의 룰이 수시로 바뀐다. 언제 어떤 경쟁자가 기존 기업의 뒤통수를 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전략적 민첩성을 확보하고 싶다면 경영자는 기업을 운영하는 세 가지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즉 복잡한 상황을 인식하는 전략적 감수성과,공통의 목적을 위해 함께 일하는 집단적 몰입,그리고 부족한 기업의 자원을 새로운 기회에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자원 유동성이 필요하다. 아무리 기회가 좋고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더라도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이 경직되어 있다면 속도전에서 이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동현(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