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재선거 지역인 강릉을 방문,공천 기선잡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재선거 공천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도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1일 재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친박계 심재엽 전 의원의 강릉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남경필 한선교 서상기 유정복 이정현 의원과 500명의 지지자가 모였다. 심 전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시 박 전 대표 캠프의 강원도 총책을 맡았으며 총선에서 출마했다 낙선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제가 당 대표로 있었을 때와 그 이후에도 저와 심 전 의원은 함께 여러가지 많은 일을 했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저와 심 전 의원이 각별한 사이라는 것은 잘 아시죠"라며 심 전 의원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박 전 대표의 이번 강릉 방문은 지난 경주 재선거 결과와 맞물려 미묘한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경주 재선거에 출마한 정수성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박 전 대표가 직접 참석해 배수의 진을 쳤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시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직접 경주를 방문한 것은 공천에 대해 당에 강한 주문을 한 것"이라며 방문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지원을 등에 업은 정 후보는 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당 공천을 받은 친이계 정종복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특히 이번 강릉 재선거에서는 심 전 의원이 지지율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거 때마다 보여준 '박근혜 효과'가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디어법 논란 이후 공개 활동을 극도록 자제했던 박 전 대표가 친이 · 친박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강릉을 전격 방문하면서 재선거 공천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간 기싸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친이계에선 이번 선거에 청와대 김해수 정무비서관,권성동 법무비서관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계파 간 일대 격돌이 예상된다. 친이계 한 의원은 "양산 선거도 사실상 친박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박희태 대표가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번 재선거 '빅2'로 꼽히는 강릉마저 친박에게 준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박계 유정복 의원은 "17대 국회 때 심 전 의원이 진심을 갖고 성실히 일한 데 대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격려 방문하는 정도"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강릉=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