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라이더'라는 애칭을 가진 현대백화점그룹 '현대 MTB 동호회'는 환경과 건강이라는 두 토끼를 한번에 잡자는 취지로 회사 인재개발원장직을 맡고 있는 필자가 지난해 봄 창설했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자전거 열풍과 상관없이 자전거 마니아들로 이뤄진 동호회라 83명의 회원 중 축구선수 못지않은 허벅지를 소유한 사람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회원들 모두 자신을 속도와 스릴을 즐기는 '레이서'가 아닌 세상을 낮게 천천히 둘러보는 '라이더'라고 생각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MTB에 오르는 이유가 다양하다. 사색의 시간을 통한 구도(求道)를 위해서라는 회원,자전거족들의 트렌드를 읽고 고객들에게 더 좋은 상품을 제안하기 위해서라는 스포츠 바이어,골목길에 숨어 있는 맛집을 발굴하겠다는 식품 바이어,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고 새 상권 연구를 한다는 마케팅부서 직원,철인 3종경기에 대비하는 직원,고유가를 극복하고 자전거 출퇴근으로 환경까지 보호하겠다는 분당,수지 거주 직원,최근 신체검사에서 과체중 판정받은 직원,제주도 라이딩을 함께하자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직원 등 다양한 이유로 모여 매주 MTB를 즐겁게 타고 있다. 모두 다른 부서에 근무하고 직급도 대리에서 상무까지 다양하고 이유도 각각이지만 'MTB'를 사랑한다는 점만은 같다.

우리 동호회는 보다 많은 직원들이 MTB를 안전하게 배우고,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필자는 신입회원들에게 직접 MTB를 타는 법,정비하는 법,서울 근교의 MTB 코스,출퇴근 코스 등의 커리큘럼을 준비해 정기적으로 강의하고 있다. 실전에서는 철인경기 출전 경험이 많은 베테랑 훈련부장이 직접 기본 페달링부터 가르친다.

최근 녹색성장,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회사의 지원도 크게 늘었다. 사내에 자전거 거치대 설치는 물론이고 동호회비 지원 및 자전거 출근을 한 달 10회 이상 한 직원에게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얼마 전 창립기념일에는 직원 선물로 고급 MTB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해 사내 자전거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리 동호회 활동의 백미는 라이딩을 끝낸 후의 회식자리다. 수산 바이어에서 축산 바이어까지 먹을거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는 만큼 이들이 선별한 제철 먹을거리를 새벽시장에서 직접 구매,각자 배낭에 나눠 담고,라이딩을 끝낸 후 야외 바비큐 파티를 펼친다. 이때 곁들이는 시원한 맥주 한잔은 어떤 산해진미와도 바꿀 수 없다. 성취감을 함께 나눈 사람들 간 진실한 의사소통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직원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사무실을 벗어나 수려한 자연을 벗삼아 열을 지어 달리는 것,그보다 더 좋은 조직력 강화 교육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 1년을 넘기고 있는 시점이지만 앞으로는 오픈 예정 점포,지방점포 탐방 등 다양한 테마 투어를 기획하고 있다.

/김경호 현대백화점 인재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