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만에 가장 긴 장마 덕분에 불티나게 팔린 상품은 뭘까. 답은 ‘에어컨’도 ‘선풍기’도 아닌 ‘제습기’다.

6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 국지성 호우로 높아진 습도 때문에 불쾌지수까지 덩달아 높아지면서 너도나도 제습기 사냥에 나선 것이다.

반면 13일 말복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보양식 수요를 잡아 보려는 유통업체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습기, 에어컨 인기 ‘훌쩍’ 넘어서

12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장마와 게릴라성 호우로 인해 7월부터 8월 첫 째주까지 제습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늘었다. 반면 에어컨과 선풍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10% 줄었다.

특히 기존에는 업소용 제습기 판매량이 주를 이뤘으나, 올해는 가정용 제습기 판매 비중이 70%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닷컴에서도 같은 기간 동안 제습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상승했다.에어컨은 12%, 선풍기는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옥션 역시 이달 1~8일 제습기와 제습용품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40% 증가했지만, 냉방기기 판매량은 10% 수준에 머물렀다.

인터파크 전홍진 계절가전 카테고리 매니저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습한 날씨로 인해 드레스룸뿐만 아니라 거실, 침실 등 가정 내 다용도로 사용 가능한 20만원대의 이동식 제습기가 인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제습기 인기가 급격히 치솟자 온라인몰 업계는 냉방기기 판매 대신 제습기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인터파크에서 31일까지 열리는 ‘물만Z제로’ 기획전을 이용하면 LG와 삼성, 위닉스 등 인기 브랜드의 제습기를 최대 28% 싸게 살 수 있다. 디앤샵에서 진행되는 ‘기가 막힌 제습기로 뽀송하게!’ 기획전을 들르면 ‘위닉스 가정용 제습기’, ‘엠픽스 뽀송이 미니제습기’ 등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풀 죽은 삼계탕…유통업계, "그래도 말복인데…"

제습기의 인기는 훨훨 나는 반면 말복(13일)을 앞두고 있는데도 보양식의 인기는 시들하다.

통상 초복에서 중복, 말복으로 갈수록 보양식 수요는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이번 말복처럼 보양식 수요가 미미하기는 처음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반응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말복 판매 상품을 준비하는 모습은 확연히 줄어든 양상이다. 저온현상으로 여름 분위기가 나지 않을뿐더러 장마로 인해 외출하려는 소비자들도 줄어든 탓이다.

이때문에 유통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보양식 기획전을 조용히 마련하고 있다.

GS마트는 12일, 13일 이틀간 ‘말복 보양식 초특가전’을 열고 영계, 장어 등을 최대 30% 싸게 내놓는다. 영계(551~650g)를 980원, 생닭(651g~950g)을 3980원에, 활전복(중 3마리)을 8900원에, 민물장어(100g)를 3280원에 살 수 있다.

옥션에서도 14일까지 ‘복날 무더위 날려라’ 기획전을 통해 삼계탕 등 보양식 100여 종을 20% 가량 저렴하게 구입 가능하다. 하지만 장마로 전통 보양식인 삼계탕이나 장어 등이 팔리지 않을 것을 대비해 불고기, 냉면 등으로 초복·중복보다 가짓수를 20% 이상 늘렸다.

롯데아이몰닷컴의 ‘말복 맞이 삼계탕 특별할인’을 이용하면 하림과 마니커, 은진식품 등이 제조한 삼계탕을 할인쿠폰을 이용해 10% 가량 싸게 맛 볼 수 있다.

GS마트 관계자는 "기온도 예년 여름보다 2℃ 가량 낮아 보양식 수요를 줄이는 데 한 몫하고 있다"며 "하지만 다행히 말복 직전에 비가 갤 것으로 예보돼 닭 물량을 지난해 말복보다 30% 이상 늘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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