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 모씨는 지난해 남양주에서 미분양 아파트 전용면적 134㎡(공급면적 49평)짜리를 샀다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믿고 계약금(분양대금의 5%)만 내고 덜컥 분양을 받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주택시장이 살아나면 프리미엄(웃돈)을 붙여 되파는 재테크를 해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입주시기가 이달 말로 코앞에 닥쳤는데 분양권 값이 오르지 않아 팔지도 못하고 있다. 내달 중에는 중도금과 잔금으로 3억6000만원을 준비해야 한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개발업체들이 중도금 무이자 · 이자 후불제 등을 내걸고 활발하게 펼쳤던 '미분양 할인 마케팅'전략에 묻지마 투자로 대응했던 투자자들이 낭패를 겪고 있다. 초기 자금 부담이 크지 않아 선뜻 매입에 나섰는데,기대했던 웃돈은커녕 입주가 닥치면서 당장 수억원의 목돈을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인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하반기 주택업체들이 분양가 상한제 회피를 위해 '밀어내기식 공급'에 나서면서 미분양이 속출하자 작년부터 대대적인 '미분양 털기'에 나섰다. 계약금을 기존 20%에서 5%로 낮추고,일부에서는 주택 크기에 관계없이 1000만~2000만원으로 정액화하기도 했다.

중도금도 시행사가 이자를 물어주는 이른바 '무이자 대출'을 시행했다. 계약금 1000만~2000만원만 내면 입주 때까지 추가 부담 없이 분양권을 확보하고 기다릴 수 있게 해준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 분양권에는 입주 무렵까지 웃돈이 붙지 않았고,일부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할인 혜택과 막연한 집값 상승 기대감에 분양권을 구입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분양권을 처분하지 못해 고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 입주에 들어가는 아파트는 7만736채에 이른다. 수도권만 따져도 4만9954채다. 업계에서는 서울 · 수도권 유망지역 물량이 아닌 경우 대부분 중도금 무이자 · 이자 후불제 방식이 도입됐다. 이 중에 상당수는 웃돈이 전혀 붙지 않았거나 '마이너스 프리미엄' 상태를 보이고 있다.

웃돈이 붙지 않으니 건설업체에 대한 항의도 줄을 잇는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분양권 값이 하락하면서 갖가지 핑계로 계약해지를 요구해온다"고 털어놨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