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ℓ로 100㎞ 가까운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꿈의 자동차' 시대가 열린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프리츠 헨더슨 최고경영자(CEO)는 11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시보레 볼트'의 주행시험을 실시한 결과 최고 ℓ당 97.8㎞(갤런당 230마일/230mpg)의 연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주 동력원으로 사용하고,내연엔진을 보조 수단으로 쓰는 차세대 친환경차로 LG화학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독점 공급한다.

시보레 볼트의 연비는 도요타가 내놓은 제3세대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의 ℓ당 20.4㎞(48mpg)보다 5배나 높은 수준이어서 전기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활짝 열어젖히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의 고(高)연비 그린카 출시 경쟁도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보레 볼트의 연비 측정 실험은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에 맞춰 GM이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이 차는 출발 후 64.4㎞까지 전기장치에만 의존해 주행한다. 이후 전기를 모두 소모하면 소형 휘발유 엔진으로 자체 충전,총 주행거리를 483㎞까지 연장할 수 있다. 볼트는 GM이 자금난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도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했을 정도로 공을 들인 야심작이다. 미국인들의 하루 평균 차량 운행 거리가 53.1㎞인 점에 비춰볼 때 사실상 연료를 전혀 쓰지 않고 차를 운행할 수 있다는 게 GM 측 설명이다. 충전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헨더슨 CEO는 "전력요금 요율이 낮은 밤에 충전하면 하루 충전 비용이 40센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볼트의 대당 시판가격은 4만달러(약 5000만원) 선으로 예상된다. GM은 내년 말 볼트를 북미시장에 출시하고 2011년부터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에도 2011년 10대를 시범 도입,시장성 테스트에 나서기로 했다.

도요타도 내년 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시장에 뛰어든다. 도요타는 전기코드로 충전하되 GM과 달리 근거리 때도 내연엔진을 보조 동력수단으로 사용하는 플러그인 차량을 개발 중이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2012년 말 국내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이기상 현대차 하이브리드설계팀장은 "급속 충전기 등 인프라를 곳곳에 구축하고 배터리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낮출 수만 있으면 3년쯤 뒤 본격적인 시장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이익원 특파원/조재길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