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탐욕의 쓰나미'가 지나간 뒤 지혜의 여신이 던진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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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위기와 그 후 차기태 지음│필맥│280쪽│1만3000원
그도 이제 한국은행의 중견 간부급이다. 금융과 중앙은행 관련 책도 몇 권 냈다. 그 과정에서 지식은 늘어났고 사고는 깊어졌다. 올해 초 그와 편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경제주체들의 공포 심리가 한껏 고조되던 바로 그 즈음이었다.
"은행의 국유화,그것도 시장경제의 본산격인 런던과 월가 금융회사의 국유화를 내가 직접 보다니….내겐 와이프들의 국유화 조치보다 더 놀랍다. "
아내들보다 은행의 집단국유화가 더 충격적이라는 그에게 나는 플라톤 얘기로 대꾸했다. "자식까지도 공유할 수 있다는 이론이야 이미 2400년 전 그리스 시대 저작에 있는 것 아닌가. "
이렇듯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 모두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그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경제의 위기였다. 그러나 어느새 출구논쟁이 빚어질 만큼 극단적인 공포 심리는 사그라든 분위기다. 오히려 다시 탐욕의 시기로 슬그머니 접어든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중견 언론인 차기태씨의 《세계 금융위기와 그 후》는 금융 전문가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온 경제위기의 발생 원인과 진행 과정,회복 노력과 후유증에 대한 개요서다. '여신과의 대화'라는 부제처럼 형식부터 독특하다. 지혜의 여신 칼리오페와 저자가 나누는 대화체의 논리 전개는 플라톤의 대화법 서술을 연상시킨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지금 우리 모두의 관심사를 주제로 삼되 가장 고전적인 기술방식을 원용했다는 점부터 관심을 끌 만하다. 금융위기라는 딱딱하기 그지없는 초대형 현안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배려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주택가격의 급상승,그 과정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레버리지 대출,설계자 외에는 상품의 구조조차 알 길 없는 첨단 하이테크 기법의 파생금융이 남발된 뒤 초대형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좌초된 것을 돌아보면서 저자는 지혜의 여신과 대화를 시작한다. 그런 탐욕은 전 세계에 바로 충격파를 던졌다. 구제 과정에서 도덕성과 책임 논쟁도 이어졌지만 부실 금융회사를 제재만 할 수도 없는 현실진단까지 담겨 있다. AIG에 대한 천문학적 공적자금 투입과 회생 결정의 배경을 천착하는 것이 그런 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충격만큼이나 후유증도 컸다. 수출은 급감하고 무역 보호주의가 부활조짐을 보였다. 살기 위해 주요 경제 강국들은 즉각 공동보조에 나섰지만 협조가 쉽지만은 않았다.
위기에 대응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가'가 부활한다. 시장만능주의는 사실상 할 말을 잃게 된 측면이 있다. 케인스가 부각된 대공황 때도 그랬다. 위기 이후는 어떻게 될까. 저자는 세 가지 측면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 첫째,직접 원인 제공자였던 금융회사들을 어떻게 감시감독할 것인가. 둘째는 위기가 닥치면 먼저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실업문제다.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 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탐욕이라는 이기심이 위기의 원인이었으니 중용과 절제로 되돌아가 자유와 창의를 살려나가자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은행의 국유화,그것도 시장경제의 본산격인 런던과 월가 금융회사의 국유화를 내가 직접 보다니….내겐 와이프들의 국유화 조치보다 더 놀랍다. "
아내들보다 은행의 집단국유화가 더 충격적이라는 그에게 나는 플라톤 얘기로 대꾸했다. "자식까지도 공유할 수 있다는 이론이야 이미 2400년 전 그리스 시대 저작에 있는 것 아닌가. "
이렇듯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 모두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그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경제의 위기였다. 그러나 어느새 출구논쟁이 빚어질 만큼 극단적인 공포 심리는 사그라든 분위기다. 오히려 다시 탐욕의 시기로 슬그머니 접어든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중견 언론인 차기태씨의 《세계 금융위기와 그 후》는 금융 전문가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온 경제위기의 발생 원인과 진행 과정,회복 노력과 후유증에 대한 개요서다. '여신과의 대화'라는 부제처럼 형식부터 독특하다. 지혜의 여신 칼리오페와 저자가 나누는 대화체의 논리 전개는 플라톤의 대화법 서술을 연상시킨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지금 우리 모두의 관심사를 주제로 삼되 가장 고전적인 기술방식을 원용했다는 점부터 관심을 끌 만하다. 금융위기라는 딱딱하기 그지없는 초대형 현안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배려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주택가격의 급상승,그 과정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레버리지 대출,설계자 외에는 상품의 구조조차 알 길 없는 첨단 하이테크 기법의 파생금융이 남발된 뒤 초대형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좌초된 것을 돌아보면서 저자는 지혜의 여신과 대화를 시작한다. 그런 탐욕은 전 세계에 바로 충격파를 던졌다. 구제 과정에서 도덕성과 책임 논쟁도 이어졌지만 부실 금융회사를 제재만 할 수도 없는 현실진단까지 담겨 있다. AIG에 대한 천문학적 공적자금 투입과 회생 결정의 배경을 천착하는 것이 그런 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충격만큼이나 후유증도 컸다. 수출은 급감하고 무역 보호주의가 부활조짐을 보였다. 살기 위해 주요 경제 강국들은 즉각 공동보조에 나섰지만 협조가 쉽지만은 않았다.
위기에 대응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가'가 부활한다. 시장만능주의는 사실상 할 말을 잃게 된 측면이 있다. 케인스가 부각된 대공황 때도 그랬다. 위기 이후는 어떻게 될까. 저자는 세 가지 측면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 첫째,직접 원인 제공자였던 금융회사들을 어떻게 감시감독할 것인가. 둘째는 위기가 닥치면 먼저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실업문제다.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 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탐욕이라는 이기심이 위기의 원인이었으니 중용과 절제로 되돌아가 자유와 창의를 살려나가자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