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지금 당장에는 청탁 안건이 없더라도 향후 생길 일을 잘 봐주겠다는 취지로 ‘보험성 뇌물’을 요구했다면 알선뇌물 요구죄로 처벌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알선뇌물 요구(알선수뢰)란 공무원이 자기 업무는 아니지만 동료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주겠다는 식으로 약속하고 금품을 받는 행위로,돈을 받은 것은 물론 요구만 해도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게 돼 있다.

대법원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3일 “세금이나 영업허가 문제가 생기면 동료에게 부탁해 주겠다”며 유흥업소 사장에게 1천만원을 달라고 한 혐의(알선수뢰)로 기소된 서울 모 구청 세무과 공무원 A씨에 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알선행위란 현재가 아니라 장래의 것이라도 무방하므로 죄가 성립하기 위해 뇌물을 요구할 당시 반드시 상대방이 알선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또 “A씨 행위는 내용 자체로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것임이 명백하고,뇌물 명목도 알선에 관한 것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났다고 보기 충분해,이를 두고 단지 잘 보이면 술집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하는 정도였다고 볼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고법은 “피고인이 1천만원을 요구한 명목은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영업허가 등의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전제로 한 것이고,당시에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