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순간의 행운? 長考의 결과? 탁월한 판단은 대하드라마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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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력 워렌 베니스,노엘 티시 지음/ 김광수 옮김/ 21세기북스/ 525쪽/ 2만5000원
위기에 빛을 발하는 리더의 첫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 워렌 베니스와 노엘 티시는 두말 없이 '판단력'이라고 대답한다. 이들은 신간 《판단력》에서 "판단은 한순간의 결정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세밀한 프로세스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은 이후 진행될 일의 방향과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감이나 상황에 의존한 결정보다는 프로세스 전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노하우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들은 판단의 모든 과정들을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뛰어난 판단력에 힘입어 위기를 기회로 바꾼 리더들의 사례를 분석한다.
몇 가지 예를 보자.1300억달러의 가치를 자랑했던 AT&T는 1997년 마이클 암스트롱이 취임한 지 8년 후 한때 자회사였던 SBC에 169억달러에 팔리고 말았다. '기업재편 전문가'로 명성을 누리던 칼리 피오리나는 컴팩 인수로 HP에서의 자신의 실적을 만회하고자 했으나 결국 분노한 이사진에 의해 퇴임하고 만다.
반면에 거대하고 노쇠한 기업 P&G의 앨런 래플리는 심각한 경영난을 해결하는 동시에 질레트 인수라는 경영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또 '세기의 경영자'로 칭송받던 잭 웰치의 뒤를 이은 제프 이멜트는 주가 하락 상황에서 매출 증대라는 목표 부담을 안고 과감한 조직 개편과 경영 모델의 재편을 단행해 매년 약 8%의 평균 성장률을 달성했다.
이처럼 대비되는 사건들에서 리더의 핵심 능력이자 경험의 총합인 판단력이 얼마나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연구개발 전략으로 회사를 키운다는 제프리 이멜트의 '판단력' 덕분에 GE의 기술성장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보잉의 최고경영자 짐 맥너니는 어떤가. 펜타곤의 조달사업 스캔들에 대한 전략적 결정으로 기업 내부 문화와 리더십을 획기적으로 혁신하고 기업 경쟁력과 윤리성을 한꺼번에 회복했다.
뉴욕시 교육행정 책임자인 조엘 클라인은 교사와 학생,학부모 모두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학교장 리더십 아카데미를 개설해 학교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했다. 은퇴한 사성장군 웨인 다우닝이 파나마의 군사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체포 작전 수행 중 급박한 상황 변화에도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작전을 완수한 것도 탁월한 판단력 덕분이었다.
"판단이 올바르다면,나머지는 문제될 게 거의 없다. 판단이 올바르지 않다면,나머지는 아예 문젯거리조차 될 수 없다. "
한 국가의 대통령이나 기업의 최고경영자,프로스포츠팀 감독,전쟁터의 사령관 등 모든 리더는 '최고의 결정'과 '최악의 결정'이라는 경계선에 서 있다. 불확실하고 이중적인 요구에 직면했을 때 리더가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그 조직의 운명이 엇갈린다. 이것이 곧 판단력을 리더십의 핵심으로 치는 이유다.
현명한 판단은 상식이나 직감과 전혀 다른 개념일까. 행운의 결과물일까. 저자들은 시간을 두고 전개되는 '프로세스'로서의 판단 개념에 주목한다. 이는 줄거리와 등장인물,예상치 못한 갈등과 반전이 뒤섞인 드라마와 유사하다.
이들에 따르며 판단력은 인물과 전략,위기의 세 영역으로 구분된다. 이는 준비(감지 · 규명,구체화 · 명명,동원 · 가동)와 결정,실행(학습 · 수정)의 세 단계로 나뉜다. 이 과정 속에서 이해관계자(정보습득,실행수단)와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자신과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역량을 높이기 위해 충분한 지식(자신,사회인맥,조직,주변 상황과 관련된 지식)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또 조직의 미래와 직결된 TPOV(가르칠 수 있는 관점)가 필요하다. 이것은 조직의 성공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운영진에 필요한 가치관,구성원의 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방법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성공한 리더가 훌륭한 이유는 TPOV를 활성화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왔기 때문이다. 리더에게 주어진 또 다른 역할은 다른 리더들도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것이라는 대목 또한 눈길을 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 워렌 베니스와 노엘 티시는 두말 없이 '판단력'이라고 대답한다. 이들은 신간 《판단력》에서 "판단은 한순간의 결정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세밀한 프로세스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은 이후 진행될 일의 방향과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감이나 상황에 의존한 결정보다는 프로세스 전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노하우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들은 판단의 모든 과정들을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뛰어난 판단력에 힘입어 위기를 기회로 바꾼 리더들의 사례를 분석한다.
몇 가지 예를 보자.1300억달러의 가치를 자랑했던 AT&T는 1997년 마이클 암스트롱이 취임한 지 8년 후 한때 자회사였던 SBC에 169억달러에 팔리고 말았다. '기업재편 전문가'로 명성을 누리던 칼리 피오리나는 컴팩 인수로 HP에서의 자신의 실적을 만회하고자 했으나 결국 분노한 이사진에 의해 퇴임하고 만다.
반면에 거대하고 노쇠한 기업 P&G의 앨런 래플리는 심각한 경영난을 해결하는 동시에 질레트 인수라는 경영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또 '세기의 경영자'로 칭송받던 잭 웰치의 뒤를 이은 제프 이멜트는 주가 하락 상황에서 매출 증대라는 목표 부담을 안고 과감한 조직 개편과 경영 모델의 재편을 단행해 매년 약 8%의 평균 성장률을 달성했다.
이처럼 대비되는 사건들에서 리더의 핵심 능력이자 경험의 총합인 판단력이 얼마나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연구개발 전략으로 회사를 키운다는 제프리 이멜트의 '판단력' 덕분에 GE의 기술성장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보잉의 최고경영자 짐 맥너니는 어떤가. 펜타곤의 조달사업 스캔들에 대한 전략적 결정으로 기업 내부 문화와 리더십을 획기적으로 혁신하고 기업 경쟁력과 윤리성을 한꺼번에 회복했다.
뉴욕시 교육행정 책임자인 조엘 클라인은 교사와 학생,학부모 모두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학교장 리더십 아카데미를 개설해 학교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했다. 은퇴한 사성장군 웨인 다우닝이 파나마의 군사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체포 작전 수행 중 급박한 상황 변화에도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작전을 완수한 것도 탁월한 판단력 덕분이었다.
"판단이 올바르다면,나머지는 문제될 게 거의 없다. 판단이 올바르지 않다면,나머지는 아예 문젯거리조차 될 수 없다. "
한 국가의 대통령이나 기업의 최고경영자,프로스포츠팀 감독,전쟁터의 사령관 등 모든 리더는 '최고의 결정'과 '최악의 결정'이라는 경계선에 서 있다. 불확실하고 이중적인 요구에 직면했을 때 리더가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그 조직의 운명이 엇갈린다. 이것이 곧 판단력을 리더십의 핵심으로 치는 이유다.
현명한 판단은 상식이나 직감과 전혀 다른 개념일까. 행운의 결과물일까. 저자들은 시간을 두고 전개되는 '프로세스'로서의 판단 개념에 주목한다. 이는 줄거리와 등장인물,예상치 못한 갈등과 반전이 뒤섞인 드라마와 유사하다.
이들에 따르며 판단력은 인물과 전략,위기의 세 영역으로 구분된다. 이는 준비(감지 · 규명,구체화 · 명명,동원 · 가동)와 결정,실행(학습 · 수정)의 세 단계로 나뉜다. 이 과정 속에서 이해관계자(정보습득,실행수단)와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자신과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역량을 높이기 위해 충분한 지식(자신,사회인맥,조직,주변 상황과 관련된 지식)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또 조직의 미래와 직결된 TPOV(가르칠 수 있는 관점)가 필요하다. 이것은 조직의 성공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운영진에 필요한 가치관,구성원의 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방법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성공한 리더가 훌륭한 이유는 TPOV를 활성화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왔기 때문이다. 리더에게 주어진 또 다른 역할은 다른 리더들도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것이라는 대목 또한 눈길을 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