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취했던 각종 자금지원 및 비상조치를 원위치시키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올해 중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은과 정부는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풀었던 막대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시중은행에 공급했던 달러의 경우 이미 75%를 환수했다. 외환보유액과 한 · 미 통화스와프 자금으로 풀었던 달러가 266억2000만달러인데 지난 4월부터 지속적으로 거둬들여 13일 현재 공급 잔액은 67억달러에 그친다.

원화도 마찬가지다. 한은이 공급한 원화는 27조원인데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통화안정증권 발행 등을 통해 이미 17조원을 회수했다. 나머지 10조원가량은 채권시장안정펀드 은행자본확충펀드 등에 지원한 돈이다. 이 돈 역시 언제 어떻게 거둬들일지 강구 중이다. 미국 중앙은행(FRB)이 오는 10월 말까지 국채를 매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반발짝 앞에 나갔다고 할 수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게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며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 측면에서도 이제는 건전성을 살필 때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올해는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해 298조원의 예산을 짰지만 내년엔 소폭 줄여 290조원가량으로 예산안을 편성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각종 비과세 · 감면을 줄여 세금을 더 걷는 방안도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시중 단기자금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주택담보대출을 죄기 시작했다.

관심은 출구전략의 핵심인 기준금리(정책금리)를 한은이 언제 인상하느냐 이다. 기준금리는 연 2.0%로 사상 최저다. 이는 종전 최저였던 2004년의 연3.25%에 비해 1.25%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한은은 이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궁극적으로 자산가격 급등 및 인플레이션(물가급등)이라는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3분기 경제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겠다"며 일단 10월까지는 인상하지 않을 방침임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3분기 성장률이 2분기에 비해 상당폭 둔화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가 완전한 회복국면에 들어간 것이 아니며 △다른 나라의 금리 인상 시점이 빨라야 내년 하반기께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한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