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이 쏟아지고 있지만 운영기관인 중소기업청의 일관성 없는 유권해석으로 시행 현장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중기청은 특히 중소 상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뒤집는 경우가 잇달아 유통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업 중인 점포' 판단기준 번복

서울 대방동 중소 상인들은 지난 4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대방점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서를 중소기업중앙회에 냈다. 중앙회는 조사를 거쳐 7일 서울시에 신청서와 의견서를 제출했다. 서울시는 바로 홈플러스 측에 사업조정 신청 사실을 통보했으나 대방점은 지난 6일 문을 열었다.

홈플러스는 이미 '영업 중'이어서 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서울시도 이를 수용할 방침이었다. 중기청이 그동안 사업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영업 중인 점포'의 판단 기준을 '중앙회가 지자체에 이관한 시점'로 제시했기 때문.하지만 중기청은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지난 12일 "영업 중인 점포의 판단 시점은 중소상인들이 중앙회에 처음 신청서를 냈을 때이며 대방점은 사업조정 대상"이라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전날까지도 유통업체들의 문의에 "지자체로 이관된 시점"이라고 답해왔던 중기청이 갑자기 기준을 바꾼 것이다. 중기청은 명확한 설명없이 "착오가 있었다. 상식적으로도 상인들이 출점 사실을 알고 사업조정을 신청한 때가 맞다"는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사업조정이 지자체로 이관되기 전에 유통업체들이 점포를 서둘러 여는 사례가 빈발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유통업체들은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중기청의 유권해석에 맞춰 개점을 진행해 왔는데 사업조정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을 한 순간에 바꾸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신청 사실을 모르고 개점했다가 영업을 중단하면 손실이 더 커진다"고 비판했다.

◆대형마트 '이중 규제' 논란

대형마트의 사업조정 대상 여부를 놓고도 중기청은 최근 유권 해석을 바꿔 업체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홍석우 중기청장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사업조정은 경쟁업체 진출로 인한 피해가 대상"이라며 "중소상인이 대형마트에 대해서는 사업조정 신청권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기청은 최근 말을 바꿨다. 중기청 관계자는 "슈퍼마켓 같은 종합소매업은 대형마트와 취급 품목이 비슷하고 대형마트 출점으로 심각한 경영타격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광의로 해석하면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기청은 이에 따라 광주 수완지구에 들어서는 롯데마트에 대한 사업조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들은 '이중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신고만 하면 되는 SSM과는 달리 이미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등록제 규제에다 지자체 조례를 통해 각종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유통업계 관계자는 "까다로운 법규제와 지자체 인허가 절차를 통과해 입점이 확정된 대형마트에 다시 사업조정 제도를 들이대는 것은 사업을 하지말란 얘기"라고 비난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