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판결'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1일 시행된 '8대 범죄 양형기준제'가 순조롭게 출발하고 있다. 권고 성격임에도 시행 이후 기소된 7건의 1심 판결이 기준을 따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배기열)는 지난 7일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가 성폭행한 혐의(주거침입강간 등)로 기소된 김모씨(26)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지금까지 재판부는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대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또는 4년을 선고해 왔지만 이번에는 '양형기준'을 적용해 더 무거운 판결을 내렸다. 양형 기준에 따르면 김씨가 저지른 범죄는 징역 4~6년을 선고할 수 있으나 감경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3~5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부산지법도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22)에 대해 양형기준에 따라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최씨는 흉기를 사용해 '특수강도'에 해당되고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지만 미수에 그쳐 권고형이 징역 3~6년으로 정해진 뒤 기존 범죄 전력과 반성 등이 고려돼 형이 최종 결정됐다.

같은 날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이현종)는 교회에서 어린이(7 · 여)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64)에게 양형기준을 적용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3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같은 날 창원지법도 강간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36)에 대해 양형기준에 따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권태형 공보판사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임에도 일선 재판부에서 양형기준에 따라 형을 선고하고 있다"며 "성범죄, 횡령, 배임, 뇌물 사건의 경우 양형기준이 상향 조정된 것이므로 권고안을 따를 경우 형량이 높아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