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기관이 사들이는 중 · 소형주들이 돋보이는 수익률(주가 상승률)을 나타내 주목된다.

외국인이 대형주로 증시를 주도하는 가운데 19일째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매수 여력이 제한된 기관은 중 · 소형주로 '수익률 높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관은 외국인이 사는 주요 대형주를 처분해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관이 순매수한 주요 종목은 대부분 주가가 오른 반면,외국인 순매수 종목 중엔 주가흐름이 부진한 종목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달 순매수 상위 20종목 모두 올라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2일까지 중 · 소형주를 포함한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들은 외국인 매수 종목들에 비해 월등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기관들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주가는 모두 오름세를 보여 평균 8.07% 올랐다. 특히 OCI 대림산업 LS산전 삼성SDI SK케미칼 LIG손해보험 호남석유 등 7개 종목은 상승률이 10%를 넘었다. 순매수 상위 40위 종목 중에서도 주가가 내린 종목은 2개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외국인이 많이 사들인 상위 20개 종목 중에서는 신한지주 삼성전자 대한항공 한국전력 하나금융 포스코 삼성중공업 외환은행 등 8개사의 주가가 내리는 등 평균 2.96% 상승에 그쳤다. 기관들이 외국인 매수 종목에 매도세를 집중시켜 차익 실현에 나선 점이 이 같은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유가증권시장에선 기관 매수세가 집중된 시가총액 100위권 밖의 주요 중 · 소형주들도 대부분 주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이 64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대우차판매가 32.13% 오른 것을 비롯해 대한유화와 한라공조가 각각 21.94%,19.12% 급등했다. LIG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GS글로벌(옛 쌍용) 등의 상승률도 15%를 넘었다.

기관이 241억원을 순매수한 SK케미칼은 이 기간에 이틀만 주가가 내려 상승률이 13.71%를 기록했다. 기관이 50억원 이상씩 순매수한 대한전선 한국제지 남해화학 등도 10% 넘게 올랐다.

이에 대해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업종 대표 대형주의 실적개선세가 두드러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에선 중 · 소형주들이 한동안 기관 매수 타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개월여 만에 코스닥 최대 순매수

코스닥시장에서도 기관 매수세가 몰린 종목들의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 비에이치아이가 이달 들어 22.98% 뛴 것을 비롯 우리이티아이 소디프신소재 등이 10% 이상 상승했다.

조승빈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대형주 선호가 대형주 강세의 배경이라면 중 · 소형주는 기관 매수세가 상승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기관들이 사들이는 중 · 소형주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큰 만큼 개인투자자들도 기관이 사들이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날도 중 · 소형주 강세가 두드러졌다. 대형주 지수가 0.08% 빠지면서 코스피지수가 소폭 하락한 반면,소형주 지수는 1.28% 올랐고 코스닥지수도 1.74% 상승했다.

특히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 661억원을 순매수해 지난 5월26일(744억원) 이후 최대 규모의 '사자'를 나타냈다.

하지만 기관 매수세에 힘입은 중 · 소형주 강세는 비교적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기관이 수익률에 신경 쓰느라 대형주를 팔아서 중 · 소형주를 사고 있지만 펀드 환매가 지속된다면 이런 움직임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경영/문혜정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