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 중이던 현대아산의 개성공단 근로자 유성진씨가 넉 달 반 만에 어제 귀환했다. 너무 늦었지만 큰 탈 없이 돌아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자세한 전후 사정에 대해서는 관계당국의 정밀한 조사 등을 통해 앞으로 밝혀지겠지만 우리는 남북관계에서 큰 걸림돌 하나가 제거됐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유씨의 석방은 지난 10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길에 나설 때부터 조심스럽게 예견됐던 일이다. 북측이 현 회장의 평양 방문을 선선히 수용한 데다 앞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억류 중이던 미국 기자 2명을 귀환시키면서 북의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간의 남북관계 전반을 돌아볼 때 유씨 석방은 단순히 현대아산 직원 신병처리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발전 문제 등을 비롯한 남북경협의 추가 논의 자체가 어려운 구조가 되어버렸던 까닭이다. 군사 · 정치적 긴장 완화나 당국자 간 대화 재개와 같은 남북간 관계를 정상화해 나가는 일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북측이 억류해온 유씨의 석방은 남북관계,특히 주요 경협사업부터 정상화시키는 계기로 활용돼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이번 일로 남북관계의 급변을 예단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현 회장의 방북 자체부터 그 의미가 클 뿐 아니라 앞으로 남북경협 등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일정 수준의 해법도 남북간에 상호 교환됐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우선 항로 착오로 끌려간 800연안호 선원 석방도 신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또 13개월째 중단되고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개성공단 상주인원 제한이나 육로통행 제한 조치의 원상 복구 등 수많은 현안들이 아직 숙제로 남겨져 있다. 남북경협 문제는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서로에 도움이 되는 과제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이번 현 회장의 방북에서 북한의 의지가 확인된다면 우리 정부도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광범위한 협력체계를 다시 가동해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8 · 15 광복절에 나올 대통령의 경축사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 회장의 김 위원장 면담과 현대아산 직원 유씨의 석방을 계기로 남북경협이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거듭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