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 · 15 경축사'를 통해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의 큰 틀을 제시한다. 중도실용과 친서민정책, 정치개혁, 대북정책에 대한 국정의지를 천명하는 내용 등이 골자를 이룰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의 집권 중반기 구상이 드러나는 셈이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중도실용과 친서민정책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청와대측은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의 길을 가는 이유에 대해 "그것이 분열과 갈등을 뛰어넘어 화합과 통합의 구심력을 만들어내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중도의 개념에 대해선 "둘로 보았던 자유와 평등, 민주화와 산업화, 성장과 복지를 모두 상생의 가치로 보자는 것"이라고 언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기구를 구성하고 친서민정책과 관련해서는 소득, 고용, 교육, 주거, 안전 등 '국민 민생 5대지표'를 제시할 계획이다.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할 때 중도실용 노선을 통해 사회적 통합과 국가발전을 이뤄내려는 생각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또한 당연한 것이다.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서민들의 삶이 한층 어려워진 현실을 감안하면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이들의 자립을 도울 필요성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부가 서민 · 중산층을 대상으로 1조~3조원에 이르는 세제 지원방안을 내주 중 내놓기로 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강조해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런 중도실용주의와 친서민정책이 결코 포퓰리즘에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정부가 친서민정책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인기영합주의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상속 · 증여세 인하 연기, 주세 · 담뱃세 인상 보류, 대규모 생계형 사면, 강력한 사교육 억제 조치,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폐지 방침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할 수 있다. 이러다 중도실용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애매모호해지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法治)를 중시하는 원칙마저 흔들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서민과 중소기업들의 정서에만 호소하는 일을 무엇보다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중도실용 · 친서민 노선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미래의 성장 기반과 시장경제원리의 기본원칙마저 훼손해서는 안되는 까닭이다. 국민 통합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될 대통령 직속기구가 가장 유념해야 할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포퓰리즘은 잠시 인기를 높여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사회갈등을 더욱 조장하고 경제성장마저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면서 균형 잡힌 정책을 취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