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태풍 모라꼿이 출범 1년을 갓 넘긴 대만 마잉주 정부를 강타했다.

지난 7일 대만 남부에 상륙해 13일까지 최소 117명의 사망자와 34억달러 이상의 피해를 내며 50년 만의 최악의 수재로 기록된 모라꼿이 마잉주 총통(대통령 · 사진)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3000㎜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생긴 산사태로 매몰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정부의 구조작업이 더뎌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마 총통에게 몰리고 있는 것이다.

마 총통은 이번 태풍으로 사망자가 5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대만언론들이 전했다. 특히 수천명이 산사태로 매몰된 지역에 고립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만의 둥선TV 등은 1999년 9 · 21 대지진 때 현장에 즉시 달려온 리덩후이 전 총통과 이번 태풍 때 나흘 만에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마 총통을 비교하는 화면을 내보내는 등 마 총통에 대한 여론은 악화 일로다. 현장을 찾은 마 총통에게 왜 늦게 왔느냐며 주민들이 소리를 높이는 장면도 그대로 방영됐다.

마 총통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양안(兩岸,대만과 중국) 관계 개선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이며 순풍을 탔지만 이번 태풍에 지지도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마 총통은 구조작업이 더뎌지자 해외에 헬리콥터 등의 원조를 긴급 요청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