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금교섭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노사가 14일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공장에서 협상을 재개했다. 서영종 사장을 비롯한 회사측 교섭위원들이 협상 장기화에 따른 책임을 통감한다며 일괄 사표를 제출한 지 하루 만이다.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는 이날 예정했던 주 · 야간 6시간씩의 부분파업을 일단 유보했다.

◆노조가 먼저 협상 제안

이날 협상은 노조 요구로 이뤄졌다. 노사교섭은 지난달 27일 이후 18일 만이다. 19년 연속 파업을 벌인 데다 사측 교섭위원 20명이 사의를 표명한 후 조합 내부에서조차 비난여론이 일자 협상 테이블로 복귀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다음 달 선거를 앞두고 다른 계파와 선명성 경쟁을 벌여온 노조 집행부가 불리한 여론에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회사측에선 서 사장과 각 공장장 등 기존 교섭위원들이 참석했다. 사측 위원들은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즉시 시행과 같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노조는 사측 교섭위원이 전원 사의를 표명한 배경을 따진 뒤 생계비 부족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늘어놓고 있다"며 "일부 강경파의 협상태도는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는 오는 17일 주 · 야간 4시간씩 부분파업을 재개하는 한편 19일엔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전면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임금과 근무형태가 쟁점

노사간 쟁점은 임금인상 여부와 근무형태 변경이다. 기아차 지부는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올해 기본급을 5.5%(8만7709원) 인상하는 한편 생계비 부족분 명목으로 통상 임금의 200% 이상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2개조가 밤샘근무 없이 8시간씩 근무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를 당장 다음 달부터 실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근로환경 악화를 이유로 생산성 향상에는 반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의 세제 지원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데다 경기회복이 가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을 올리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경쟁사인 GM대우자동차 노조는 이미 자발적으로 임금동결에 합의한 상태다.

기아차 지부는 이와 함께 노사공동위원회를 거쳐 8+9시간 방식의 주간연속 2교대제를 내년 상반기에 시행하되,한 해 115만대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조가 영업이익 4192억원을 기록한 올 상반기 실적이 세제지원 덕분이 아니라고 주장한 대목도 논란거리다. 노조는 이날 소식지에서 "(회사가) 조합원 피땀으로 이룬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세제지원과 환율효과로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노조 파업으로 지난 12일까지 2만8000여대의 생산차질과 5000여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며 "막무가내식 노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질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