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지주회사인 ㈜LG가 2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핵심 자회사인 LG전자와 LG화학의 실적호전 덕분이다.

LG는 올 2분기에 매출(영업수익) 5714억원에 영업이익 6219억원을 거뒀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4.7%,33.8% 각각 증가한 것으로 분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다. 영업이익이 매출(영업수익)보다 많은 것은 지주회사의 회계처리 방식 때문이다. 자회사인 LG전자가 1분기에 1976억원의 순손실을 내자 이를 LG의 영업비용으로 처리했지만,2분기에 전자가 흑자전환하면서 이를 영업비용 감소로 계상했기 때문이다.

순이익도 58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늘었다.

분기 실적은 장마감 후에 나왔지만 이날 주가는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개장 직후부터 급등세를 탔다. 오전 한때 7만6200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0.95% 오른 7만4700원에 마감했다.

LG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된 결과였다는 분석이다. 계열사 중 '빅3'로 꼽히는 전자 · 화학 · 디스플레이가 모두 2분기에 '깜짝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분기에 14조4974억원의 매출(글로벌 연결 기준)과 1조133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화학과 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각각 6603억원과 2176억원으로,모두 시장 전망치를 50% 이상 웃돌았다.

이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외형적인 모습은 물론 핵심 자회사들이 세계 일류기업으로 질적인 성장을 이뤄낸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LG그룹은 앞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성장위주의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 과정에서 지주회사인 LG의 역할이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전자 화학 등 핵심 자회사의 주식을 살 기회를 놓친 투자자들은 LG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준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대체로 지주회사는 자회사들이 실적 호전으로 주가가 뛰면 일정 기간 이후에 상승한다"며 "약세장에서 지주회사 주가는 자회사보다 더 크게 떨어지고 강세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이날 매출 2311억원,영업이익 1604억원의 2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4% 감소했다.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에너지는 예년 수준의 이익을 냈으나,비상장 계열사인 SK해운이 546억원의 적자에 빠진 영향이 컸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