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에서 혀를 내두르셨어요. 너희처럼 징글징글하게 찾아오는 대학생은 처음 본다고."(경제학과 06학번 이성일군)

"한국적인 손님맞이 행사를 만들기 위해 무척 노력했습니다. "(전자전기공학과 07학번 손수미양)

성균관대 학생들이 하버드대 학생들과 공동으로 아시아 지역 이슈를 논의하는 대규모 행사를 개최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행사장 섭외와 주제 선정,강연자 섭외와 200여명에 이르는 외국학생 손님맞이까지 전부 스스로 진행했다.

주인공들은 성균관대 다산국제네트워크(회장 한성원 · 화학과 06학번) 학생 67명.이들은 14일부터 사흘간 서울 신라호텔과 성균관대에서 열리는 제18회 하버드 아시아 국제 컨퍼런스(HPAIR)를 하버드대 학생들과 공동 주최하고 있다.

HPAIR는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학생들이 아시아 지역 각국을 방문해 현지 학생들과 공동으로 아시아 지역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행사다. 1992년 첫 시작 이후 해마다 2~3차례 행사를 연다. 한국에서 열린 것은 1996년과 2003년에 이어 세 번째다. 1996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2003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조연설자로 나설 정도로 비중이 큰 행사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올해 행사부터 HPAIR의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행사는 16일까지 총 9개 세션,45개 주제로 나뉘어 진행된다.

대학생들이 준비하다 보니 행사 준비가 쉽지는 않았다. 25개국에서 오는 학생들의 일정을 일일이 조정하고,한국 내 숙소 마련과 식사 준비에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다산네트워크 부회장인 이성일군은 스폰서를 받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를 8번 찾아가 퇴짜를 맞고 9번째에야 성공했다. 다산네트워크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군은 "행사가 다가오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챙기느라 잠을 잘 시간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적'인 행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각별했다. 이들은 600년 전통의 성균관대 학생들이라는 강점을 살려 오는 16일 성균관대에서 전원 한복을 입고 손님맞이 행사를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일면식도 없는 MBC에 찾아가 인기드라마 '선덕여왕'의 신라시대 양식 한복 120여벌을 빌려왔다. 정래권 기후변화대사를 초청해 400명이 단체로 다도회를 하고 점심은 '장아찌 주먹밥'을 만드는 경연대회로 진행하기로 했다.

대학생들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대학생답지 않은 깔끔한 행사 진행 덕분에 올해 HPAIR 행사는 특별히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니퍼 딩 하버드대 HPAIR 조직위원장은 "작년 말레이시아에서 할 때보다 참가자가 두 배로 늘었다"며 "성균관대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해준 데다 한국 문화에 대해 훌륭하게 소개한 덕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한군은 "한국과 서울의 우수한 역량을 외국에서 온 학생들에게 당당히 드러내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