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비가 잦고 기온이 높지 않은 탓에 여름같지 않은 여름을 보냈다. 뒤늦게 무더위가 찾아왔지만 이미 패션가(家)들은 가을을 준비하는 태세다. 패션 고수들이 온 · 오프라인으로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만큼 옷을 고르러 나서기 전에 최신 트렌드를 숙지해야 한다. 올 가을에는 클래식,그중에서도 모던 클래식이 큰 흐름을 이룰 전망이다. 그 흐름의 중심에는 체크무늬가 있다. 비즈니스 캐주얼 또한 댄디한 스타일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클래식으로의 '회귀'


전형적인 영국 신사들의 클래식 정장이 매장 쇼윈도를 장식하고 있다. 특이할 만한 점은 수트 색상 중 작년까지만 해도 흔했던 블랙과 그레이가 모습을 감춘 것이다. 빈 자리는 네이비와 브라운 수트가 채우고 있다. 최혜경 마에스트로 디자인실장은 "포인트 컬러로는 와인과 그린이 주목받고 있다"며 "소재 면에서는 따뜻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의 울 소재가 주로 사용되지만 면과 폴리에스터 등 캐주얼한 느낌의 소재도 많이 쓰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수트의 실루엣은 이탈리안 룩의 영향으로 슬림한 스타일이 지속될 전망이다. 클래식의 유행으로 원 버튼보다는 투 버튼의 수트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투 버튼 수트는 아랫단추를 풀면 자연스럽다. 스리 버튼은 맨 윗단추만 푸는 것이 클래식한 연출법이다. 상의와 함께 하의도 슬림한 경향을 보이는데 바지 주름이 하나인 원턱(one-tuck) 팬츠는 40~50대에게,주름이 없는 노턱(no-tuck) 팬츠는 20~30대에게 알맞은 아이템이다.

◆베스트 대신 스웨터…클래식의 '변주'

정통 클래식 정장의 3요소는 재킷,팬츠,베스트다. 올해 전문가들은 여기에서 변화를 준 모던 클래식 연출법을 추천했다. 변선애 지오투 디자인실장은 "올해는 '정직한' 스리 피스에서 베스트 대신 와인 · 퍼플 컬러의 스웨터나 니트 베스트를 매치하는 것이 세련된 코디법"이라며 "브라운 수트에는 딥 와인 컬러의 스웨터를,네이비 수트에는 그린 컬러의 이너웨어를 매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수트는 무늬 없는 단정한 스타일이나 연한 줄무늬가 들어간 수트가 은은한 멋을 자아낸다.

넥타이는 수트와 겹치는 스트라이프보다 아기자기한 무늬가 넥타이 전체에 프린트된 스타일을 추천했다. 컬러는 수트와 톤온톤으로 매치할 수 있는 딥 와인 또는 바이올렛 등이 알맞다. 행커치프도 젠틀맨 룩을 완성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올해 신상품들이 빼놓지 않는다. 이 행커치프 덕분에 넥타이가 답답한 이들은 깃이 높은 화이트 셔츠만 입어도 멋스럽다. 임성미 캠브리지멤버스 디자인 총괄이사는 "상 · 하의도 같은 수트보다는 브라운 체크 재킷과 베이지 팬츠를 매치하는 등 비슷한 컬러를 톤온톤으로 입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캐주얼은 톤온톤으로


올 가을 비즈니스 캐주얼의 핵심 키워드는 치노 팬츠와 체크무늬 셔츠다. 김용은 엘파파 디자인실장은 "계절이 바뀐다고 해서 소재가 지나치게 얇거나 두꺼운 제품을 구입하기보다는 적당한 두께감의 아이템으로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셔츠는 반소매 티셔츠 위에 겉옷처럼 입다가 본격적인 가을이 되면 넥타이나 보타이를 더해 오피스 룩으로 입으면 깔끔한 브리티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컬러는 네이비,퍼플,코코아 브라운 등의 메인 컬러와 그린,핑크,다크베리 등이 포인트 컬러로 적용된다. 체크 재킷에는 치노 팬츠 스타일의 면 팬츠를 매치하면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자아낸다. 이 밖에 워싱한 가죽 상의도 속속 출시되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