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발전의 모범사례로 소개할 정도로 급속한 경제발전을 달성했다. 이 배경에는 수출입 상품을 낮은 운송원가로 실어 나를 수 있게 한 해운업이 있다. 하지만 지금 해운업은 1980년대 중반의 해운위기 이후,가장 심각하게 찾아온 세계적인 불황으로 신속한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금융 불안에 따른 신용위축으로 일본계를 제외한 금융기관들이 신규 선박융자를 중단하자 유럽과 아시아의 선주들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국내외 일부 조선소는 건조주문 취소까지 발생하고 있다. 해운의 부실은 조선,철강,무역 등 연관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선박도입을 지원한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지금은 선박금융기관의 잠재적 부실채권을 조속히 정리,자산건전성을 제고하며,구조조정기금을 통해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실물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정부가 최근 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해 선박매입 프로그램이라는 선제적 대응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기금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다. 선박매입프로그램은 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구조조정기금,민간투자자,채권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선박투자회사에 참여해 선박을 시가로 매입하는 것으로 해운산업의 경쟁력 제고,금융기관의 자산건전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운업은 짧은 호황과 긴 불황을 반복하면서 발전해 왔고,불황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투자를 실시한 기업과 국가가 큰 과실을 선점해 왔다. 이 점에 착안,중국은 금년 들어 세계시장에서 싼값에 선박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지금 이대로 방치한다면 이번의 해운불황은 일본과 중국의 지위가 더욱 확고히 자리잡는 것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들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해운,조선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구조조정과 금융지원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금번의 선박매입프로그램을 통한 해운업 구조조정이 호황기에 비싸게 배를 구입하고 불황기에는 헐값에 매각하는 악순환을 완전히 극복하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선박금융 체계를 조성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감독을 통해 투명성,공정성,객관성 또한 담보돼야 할 것이다.

한종길 < 성결대 경영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