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태는 1987년식 전투적 노동운동의 무덤이 돼야 한다. 민주노총은 불법과 폭력을 불사하던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쌍용자동차 노조가 옥쇄파업을 하는 대신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회생전략을 짰더라면 회사가 빨리 살아날 수 있었을 것이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

16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쌍용차 사태 평가를 위해 경기개발연구원 주최로 열린 노사상생포럼에서 잘못된 국내 노동운동 행태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졌다. 이날 포럼은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이 사회를 맡고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이원덕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전 청와대 사회수석),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박호환 아주대 교수(경영학),정병문 현대 · 기아차 상무,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최영기 수석연구위원은 '쌍용차 사례의 평가와 과제'란 주제발표를 통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농성 조합원들의 저항을 어떻게 2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민주노동운동의 행태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이는 노사관계가 아니라 차라리 노사전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크고 작은 법 위반이 너무 잦았기 때문에 노조 스스로 준법의식이 약해졌다"며 "구태의연한 집회 · 시위나 삭발 · 단식,점거농성이나 파업과 같은 집단행동 위주의 운동방식은 이제 지루하고 진부한 행태로 취급당한다"고 지적했다. 최 수석연구위원은 또 "쌍용차의 경우 개별사업장의 구조조정 문제에 진보정당과 사회운동단체가 결집해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민주노총은 이 기회에 다양한 정파노선을 정리해 대표이념과 노선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 참가자들도 주로 잘못된 노동운동 행태를 지적하고 상생의 노사문화를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정병문 상무는 "우리나라는 1600만 임금근로자 중 170만명의 노조원들,그것도 공무원 교사 공기업직원처럼 국가 세금으로 사는 철밥통과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 귀족노조들이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며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은 속으로는 정파적 이익만 추구하면서 겉으로는 거창한 명분을 주장해 노동운동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상무는 "노조는 불법쟁의,파괴활동과 노동관계법을 악의적으로 남용하는 무책임주의를 반성해야 한다"며 "정치주의에서 탈피해 꼼꼼한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선진 노사 관계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덕 고문은 "현재의 폭력적인 노동운동 행태가 그대로 가면 우리의 노동운동은 망할 수밖에 없다"며 "이젠 노조의 아젠다도 투쟁에서 벗어나 생산,품질,교육인적자원개발로 전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호환 교수는 "미국 GM의 몰락은 1980년대 중반 노조가 작업장 통제권을 장악하면서 시작됐다"며 "우리나라도 기업이 살려면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쌍용차를 회생시키기 위한 대안들도 제시됐다. 김기찬 교수는 "그동안 수많은 자동차회사가 무너졌는데,과감히 수술한 회사는 살아남았고 그때그때 약물처방을 한 기업은 모두 망했다"며 "쌍용차는 노사문제로 푸는 것보다 수요와 비용 예측을 먼저 해놓고 풀어가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운동이 달라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도와 문화적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준모 교수는 "노사가 신뢰관계를 갖기 위해선 통계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 고용을 어느 정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무조건 정리해고를 하는 것보다 선진국처럼 리콜을 전제로한 lay-off(일시적 해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갑득 위원장은 이 같은 지적들에 대해 "쌍용차 노조원들이 생존권을 위해 투쟁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런데도 공권력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부의 무능력을 드러낸 처사"라고 비난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